엄마.
문득 생각이 났어.
어릴 적에 시장에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가다
튀김 가게에 기름내가 풍기면
엄마 손을 잡은 난 엄마의 손을 이끌어
홀린 듯 튀김 가게로 갔잖아.
엄마는
나를 내려다보며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튀김 먹고 싶냐고 물어봐 주었지.
고개를 끄덕이며 신이 난 나는
오징어 튀김!
을 외쳐.
내가 제일 좋아하는 튀김은 오징어 튀김!
수북이 쌓인 오징어 튀김에 아주 적은 양으로 엄마는
고구마튀김도 주문해.
엄마가 좋아하는 튀김은 고구마튀김.
아주 많은 오징어 튀김 사이에
소박하게 놓인 고구마튀김.
엄마도 더 먹고 싶었을 텐데
나 때문에 적게 산 건 아닐까..
아니, 나 때문에 적게 샀지, 우리 엄마..
나에게 모든 걸 양보하는 엄마..
그래서 미안해.
어렸을 땐 그걸 몰라서 지금 미안하고,
지금은 그걸 알아서 미안하고..
미안해.
미안해, 엄마..
엄마는 얼마나 많은 걸 나에게 양보하였을까..
내가 안 건 고작 몇 개인, 빙산의 일각일 거야..
그때 몰라서 미안하고..
지금도 몰라서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엄마..
그리고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예순한 번째 편지 - 흰머리(부제: 이젠 아빠도 흰머리가 나) - (14) | 2024.09.16 |
---|---|
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예순 번째 편지 -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내 강아지 - (31) | 2024.09.15 |
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쉰여덟 번째 편지 - 새 둥지 - (27) | 2024.09.13 |
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쉰일곱 번째 편지 - 혹 - (20) | 2024.09.13 |
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쉰여섯 번째 편지 - 아빠의 출근길 - (18) | 2024.09.11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