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예전에 뽀빠이 이상용 씨가 나오고 군인들이 나오는 프로가 있었잖아.
거기에서 블라인드 뒤에 엄마의 실루엣이 보이고 MC가 인터뷰를 한 후에
자신의 어머니 같다고 생각하는 아들은 나오라고 하면
몇몇 군인들이 앞다투어 무대에 나와서 "뒤에 계신 어머니가 제 어머니가 맞습니돠~아!" 하는
그 프로.
그러다가는 손을 보여주었던 거 같아.
손을 보고 자신의 어머니 같냐고 군인들에게 물어보면
몇몇 아들은 남고 몇몇 아들은 무대를 내려오고
그렇게 추리고 추려서
블라인드가 걷히고 나면 엄마 등장!
그럼 남은 1인이 아들이 맞아서 모자는 얼싸안고 울고.
물론 맞는 경우도 있지만 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잖아.
무대에 올라왔다가 내려간 아들이 있는가 하면
애초에 무대에 올라오지도 않은 아들도 있었어.
전혀 엄마라고 생각하지 못했냐는 말에
설마 어머니가 올라오실 줄 몰랐다며 기대도 하지 않는 아들이
아주아주 어린 나이의 내가 봐도 안쓰러웠어.
저 멀리서 농사짓느라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사는 어머니가
자신이 있는 그 먼 곳까지 올 거라는 기대조차 하지 못하는 아들이 안쓰러웠고,
누가 봐도 자신의 어머니가 아닌 걸 알면서도 무대에 올라온 듯한 아들이
텔레비전에 나오면 혹여나 멀리서라도 부모님이 보실까 봐 텔레비전에 나온 것 같아 안쓰러웠고,
무대 아래서 어머니가 나온 아들을 부럽게 바라보는 많은 아들들이 안쓰러웠어.
그리고 그러한 모든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애틋한 사연을 가지고 있을 누군가의 아들이었을 그들이 안쓰러웠어.
엄마.
젊은 엄마와 어린 나는
주말에 그 프로그램을 보며 많은 아들들과 엄마를 보았잖아.
엄마.
난 말이야.
그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면서도 난 자신 있었어.
블라인드 뒤에 실루엣만 보여도 손만 보여도 아니 손가락만 보여도 발가락 하나만 보여도
엄마가 엄마라는 걸 알 수가 있어.
자신할 수 있어.
엄마를 찾을 수 있어.
바라는 건 엄마가 어떠한 모습이더라도 내가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
그럴 수 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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