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린 시절의 난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혼란스러워했었고,
그런 내 모습을 보는 엄마는 불안해했었잖아.
그래, 그랬어.
난 이겨낸다, 견뎌낸다란 의지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왜, 왜, 왜란 분노에
불안정한 정신과 마음은 나를 좀먹었었어.
하지만 난 그 모든 걸 내 어린 마음에
아직 성숙하지 못한 여린 정신에
쌓아두고 숨기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어.
일기장에 가득한 나의 괴로움.
그곳만이 유일했어.
내 고통은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나는 침묵했어.
그래서 나는 글로 썼어.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아니었어.
엄마는 나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어.
말해라. 말해라.
엄마에게는 말해도 된다.
털어내라, 털어내라.
엄마가 받아줄 수 있다.
하지만 난 엄마에게 말하면
내 고통이 엄마에게 전가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엄마에게 말할 수 없었어.
나만이 느끼는 고통이면 된다고 생각했어.
내가 잘 숨기면 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아니었어.
엄마는 나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어.
그리고 알게 되었어.
엄마가 내 일기장을 봤다는 걸.
엄마에게 물었어.
처음으로 내 일기장을 봤다는 엄마의 말.
충격이었어.
엄마가 내 일기장을 봤다는 것 때문이 아니야.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든 나 때문에 충격이었어.
내가 진정으로 이겨냈다면
내가 진정으로 모든 걸 담아내는 그릇이었다면
엄마는 절대 안 보았겠지.
하지만 진정으로 이겨내지 못하고
불안하게 금이 간 그릇이 저도 모르게 넘치고 넘쳐
엄마는 불안했던 거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거.
엄마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었지만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방법을
엄마가 한 거야.
그래서 난 충격이었어.
내가 엄마에게 고통을 안 주려고 했지만
이 모든 것이 결국엔 엄마에게 고통을 주고 있었단 걸.
그 후 난 엄마에게 모든 걸 털어놓았어.
내 마음의 소리를.
일기장이 아닌 엄마에게.
가끔 묻잖아, 내가.
엄마.
내가 이렇게 마음의 응어리를 엄마에게 말하면,
힘들지 않아? 괴롭지 않아? 우울해지지 않아?
아니, 엄마는 괜찮아. 엄마는 다 받아 줄 수 있어.
우리 OOO 모든 걸 다 받아 줄 수 있어.
엄마는 그럴 수 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엄마는 다해 줄 수 있어.
엄마.
지금은 어때?
내 모습에 엄마 힘들지 않아? 아프지 않아? 괴롭지 않아?
제발 지금의 내 모습에 엄마가 아파하지도 괴로워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어.
그랬으면 좋겠어.
또 한 번 이기적인 자식은 엄마에게 부탁해.
나를 보며 슬퍼하지 마. 아파하지 마. 힘들어하지 마. 괴로워하지 마.
엄마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마.
제발 내 눈물에 가슴 아파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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