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번 겨울 첫눈을 보며 불현듯 옛 기억이 떠올랐어.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었을 거야.
유치원? 아니면 그보다 더 어릴 때?
엄마가 쌓인 눈을 그러모아다가 조그마한 눈사람을 만들어줬잖아.
그리고 그걸 내 방 창틀에다가 올려줬어.
아침이었을까? 아님 낮잠이었을까?
자다가 눈을 뜨고 처음으로 본 눈사람.
엄마의 손끝은 빨갛게 얼고,
엄마의 코 끝도 빨갛게 얼고,
엄마의 두 뺨도 빨갛게 얼었지만
날 보며 미소 짓는 엄마의 표정은 화사했어.
날 향해 두 손에 올려진 눈사람을 보여주는 엄마.
그 미소가 너무 환해서 태양 같았어.
그리고 아빠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잖아.
엄마, 사진은 말이야.
날 그 시간으로 쉽게 돌려놓아.
그날의 나로, 그날의 하루로 돌려놓아.
어쩔 수 없지.
사진기가 흐르는 시간을 붙잡아
사진에 넣었으니까.
그래서 그 시간은 멈추어 있어.
그렇지, 엄마.
엄마도 나에게 사진기야.
엄마와의 모든 흐르는 시간을 붙잡아
추억이라는 사진을 나에게 한아름 안겨줘.
내 주변에, 내 마음에, 내 심장에
한가득 안겨 있어.
엄마에게 부치는 삼백서른여섯 번째 편지 - 제일 믿는 사람에게 - (9) | 2024.11.30 |
---|---|
엄마에게 부치는 삼백서른네 번째 편지 - 엄마로부터 존재하는 나 - (47) | 2024.11.28 |
엄마에게 부치는 삼백서른세 번째 편지 - 뜻밖의 선물 - (46) | 2024.11.27 |
엄마에게 부치는 삼백서른두 번째 편지 - 좋은 거다, 행복한 거다 - (40) | 2024.11.26 |
엄마에게 부치는 삼백서른한 번째 편지 - 기차 - (40) | 2024.11.25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