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부치는 백세 번째 편지 - 휴대 전화 진동 -
엄마.
엄마는 날 혼을 내거나
엄마가 원하는 것을 하도록 한 적이
한 번도 없잖아.
엄마는 항상 나에게 미안해하지만
엄마는 항상 나에게 부족하다며 미안해하지만
난 항상 엄마에게 넘치도록 사랑과 애정을 받고 있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모든지 믿고 응원하는 엄마지만
나의 행동 중에 엄마가 가장 마음 졸이는 건 바로
휴대전화 진동으로 해 놓고 소리로 안 바꾸는 거!
일할 때 항상 진동으로 해 놓는데
집에 와서는 바꾸는 걸 까먹을 때가 많네..
그래서 엄마의 전화를 못 받을 때가 있잖아.
부재중 전화가 온 걸 확인하고 전화를 하면
그럼 엄마는 아주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제발 잊지 말고 소리로 해 놓으라고 이야기를 하잖아.
절대로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거나 어이없어하거나 하지 않고
말 그대로 너무나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해.
엄마 걱정한다면서..
엄마 애간장 녹는다면서..
그런데 나는 알았다고 하고는 그게 잘 고쳐지지 않아서
엄마가 걱정하는 만드는 일이 종종 있어.
그래서 미안해.
그게 뭐 그리 힘든 일이라고
그걸 왜 그렇게 잊어버리는지..
그게 뭐라고..
그게 뭐 그리 힘들다고..
버튼 하나 누르면 쉽게 바뀌는 그것을
나는 엄마의 애간장을 다 녹이는 걸까..
엄마가 그렇게 걱정하는데 왜 난 그걸 못 고치는 걸까..
왜 이다지도 엄마가 걱정을 하게 만들어 버리는 걸까..
엄마가 전화를 한 번에 안 받으면
난 미친 듯이 불안해하면서
그 마음이 어떤지 너무나 잘 알면서
나는 이러고 있네..
나는 이러고 있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그러니까 엄마 전화해 줘~
나 잘 받을게.
정말 잘 받을게.
한 번 울리자마자 받을게.
그러니까 엄마 전화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