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엄마에게 부치는 삼백쉰여섯 번째 편지 - 소 -

푸른안개숲 2024. 12. 2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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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외가 쪽의 친척 할아버지 댁에 가면 항상 외양간에 소가 한가득 있잖아.

엄마가 어릴 때부터 집에서 키웠다고 한 소는

엄마에게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익숙한 동물이야.

어릴 때 외가 쪽의 친척 할아버지 댁에 갈 때마다 항상 소를 봐서 그런가 봐.

 

소가 궁금해 외양간에 들어가면

항상 순한 얼굴로 나를 바라봐.

여물을 주나 안 주나 그 큰 눈을 꿈뻑거리며

보채지 않고 재촉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바라봐.

 

한동안 그렇게 소에 정신이 뺏겨 보고 있으면

어느새 엄마도 외양간에 들어와서 

나랑 같이 쌓아둔 여물을 쥐어다가 소 가까이에 다가가 먹여주잖아.

고사리 같은 작은 손에 쬐끔 쥐어서 주는 여물을 소는 군말 없이 오물오물 먹던 모습이 떠올라.

 

메롱~! (출처: 픽사베이)

 

큰 눈을 꿈뻑꿈뻑.

긴 속눈썹이 그 호수 같은 눈에 그늘을 지우고

성질부리지 않고 순하게 여물을 오물오물 먹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익숙해.

 

마당 한 곳에는 논에다가 뿌릴 거름으로 쓰려고 한가득 쌓아둔 소똥도 기억이 나 ㅎㅎ

소똥 특유의 냄새가 할아버지 댁의 대문에서부터 났는데

그것도 어릴 때부터 방문할 때마다 맡아와서 그런지 참 익숙해.

 

가끔 방문하는 나의 욕심에는 할아버지 댁이 항상 그 모습을 유지하기 바랐지만

어느새 집을 펜션처럼 신축하고 축사는 집과 떨어진 곳에 새로 지어 

이제는 어릴 때처럼 소를 볼 수 없게 되어버리니 참 아쉽더라.

 

그렇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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