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제 짧게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집에 바로 들어가기 싫더라고.
어쩌면 해가 떠 있는 시간에 집에 들어가는 게 낯설어서일까.
워낙 늦게 들어가다 보니 그 시간에 들어가는 게 낯설었을 지도 ㅎ
지하철에서 내려 가장 가까운 커피숍으로 들어갔어.
가방에 들어있는 책이나 좀 읽고 들어가잔 생각에 들어갔어.
음료를 주문하고 벽에 기대었는데 시선의 끝에 트리가 닿았어.
언제적 트리일까? 작년에 단 트리일까? 이 트리는 올해의 크리스마스까지 기다리는 걸까?
지난해 철지난 트리는 이제 다시 맞을 성탄절이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어.
조금만 견뎌, 트리야. 다시 너의 날을 향한 D-day가 짧아지고 있으니까.
커피숍엔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시간을 보내더라.
청사과처럼 상큼한 젊은 연인도, 오렌지처럼 톡 쏘는 또래친구도,
그리고 잎파리도 가시도 없이 한 송이 꽃만 달린 듯한 나처럼 혼자 온 사람도..
가장 내 눈이 머문 곳은 어느 깡마른 중년을 넘어 노년으로 가는 남성이었어.
조그맣고 둥근 테이블 위에는 다른 음료가 두 개 놓여 있었지만 양은 똑같더라.
맞은편 자리의 주인을 기다리며 한모금도 마시지 않고 기다리는 남성.
다시 시선을 돌렸을 때는 시장에 다녀온 듯 편한안 복장의 한 여성이 어느 새 앉아 있더라.
부부일까. 아무런 대화도 없지만 그 시간과 그 공간이 자연스러워 바라보게 되었어.
입 한 번 뻥끗하지 않지만 남성의 눈은 자신의 앞에 놓인 여성만 보더라.
별 말 없던 두 사람은 어찌 하다가 발이 부딪쳤어.
그러자 마치 아이처럼 서로의 발을 툭툭 치며 한 차례 장난을 치곤 다시 침묵.
그리곤 나는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어.
동네 커피숍에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갔어.
각자의 이야기를 담은 사람들이 그렇게 머물다가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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