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부치는 사백서른아홉 번째 편지 - 옥상 -
엄마.우리 옛날에 말이야.날이 좋은 날에 말이야.베란다가 아니라 옥상에 가서 빨래를 말렸었잖아. 세탁기에서 갓 나온 빨래 바구니를 들고엄마랑 옥상으로 올라가 빨랫줄에 빨래를 널었잖아. 아마 이것도 빨랫줄이 없는데아빠가 뚝딱뚝딱 막대기로 기둥 세우고그 사이를 줄로 연결해서 빨랫줄을 만든 기억이 나. 섬유 유연제의 향을 한껏 끌어 담은 젖은 옷에화창한 햇살이 스며들고적당한 바람이 스쳐 지나가듯 불어서싱그러운 자연의 향으로 바뀌었던,그 시절의 옷향기가 생각나. 엄마랑 옥상에 올라가 빨래를 널던 추억이 떠올라. 예전엔 어느 아파트든지옥상문이 개방되어 있었는데이제는 여느 아파트라 할 것 없이어느새 다들 꾹 잠겨버린 옥상문이조금은 서글퍼.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2025. 3. 14. 2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