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일흔세 번째 편지 - 봉숭아 물들이기 -
엄마.기억나?여전에 뒤뜰에 봉숭아꽃을 심었잖아. 그리고 엄마는 그 꽃을 고이 따다가돌멩이 위에 한 잎 두 잎 올리고는 조막돌에 곱게 빻았어. 엄마가 어릴 때 말이야.외할머니가 이렇게 봉숭아 꽃을 빻아서 엄마 손톱 위에 올려주었어.그래서 예쁜 물을 들이게 해 줬어. 엄마는 그 시절을 그리며마치 엄마(외할머니) 앞에 쪼그리고 앉아기대감으로 부푼 아이 같은 얼굴이 되었어. 그리고 나의 콩알 같은 손톱 위에 마치 그때의 외할머니처럼 자신의 자식에게 봉숭아 꽃을 올려주었어. 열 개의 손톱 위에 봉숭아 꽃을 올리고푸른 잎으로 묶어 연신 잘 물들어라, 잘 물들어라~ 외웠어. 그렇게 내 손톱에는 고운 봉숭아 꽃물이 물들어서 반짝이고 있었어.그렇게 내 손톱에는 엄마의 추억이 물들어서 반짝이고 있었어.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2024. 9. 28. 2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