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부치는 아흔세 번째 편지 - 작은 산책로와 벚꽃 -
엄마. 학교에 벚꽃이 피었어. 학교 안 조그마한 산책로는 엄마가 좋아하는 장소잖아. 이곳에 엄마가 오면 정원과 같은 그 짧은 산책을 하잖아. 손을 잡고 우리는 걸어. 엄마는 그곳을 참 좋아하잖아. 올해도 이곳은 벚꽃이 피었어. 아직은 가지마다 만개한 것은 아니지만 소복하게 꽃을 피우고 있어. 가로등과 맞물려 어둠 속에 벚꽃이 빛나. 나도 모르게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어. 엄마가 좋아하는 장소. 학교 안 조그마한 정원 그 산책로를 걸었어. 며칠이 지나면 엄마가 좋아하는 풍경으로 더욱더 아름다움을 뽐내며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겠지? 나는 그 아름다운 풍경에 서서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전과 같을까? 이후와 같을까? 엄마. 벚꽃이 피었어. 엄마가 좋아하는 그곳에 나는 서 있어. 그렇게 서 있어..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2024. 4. 2. 2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