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아주 어렸을 때였던 것 같아.
유치원 전후였던 것 같은데.. 아님 더 어렸을 수도... 아님 더 많았을 수도..
아무튼 어렸을 때 기억이야.
엄마가 스테이플러로 종이를 찍으려고 했던 것 같아.
그런데 실수로 엄마의 검지를 찍었어.
스테이플러가 엄마의 손가락에 박혔어.
내가 놀랄까 봐 엄마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검지 손가락에 박힌 스테이플러 심을 제거했어.
엄마의 가늘고 긴 손가락 끝에 새빨간 피가 물방울처럼 뭉쳤어.
그때 난 내가 다친 게 아닌데도
마음이 찢어진다는 게 어떤 건지 알았던 것 같아.
엄마가 다쳤다는 것에, 피를 흘린다는 것에
정말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어.
너무너무 고통스러웠어.
그때의 그 핏방울이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난 잊히지가 않아.
이후로도 엄마는 다친 적이 있지.
데워진 프라이팬에 닿였다던가 요리를 하다가 칼에 베였다던가..
그런데 그런 상처를 볼 때마다
아팠겠다.. 가 아니라
정말 가슴이 찢어지게 고통스러웠어.
내가 다치는 게 낫겠다 싶은 기분..
내가 아픈 게 낫다는 기분..
엄마가 아프면
난 찢어지게 괴롭고 괴로워..
그러니까 아프지 마..
절대로..
어디에서든..
아프지 마..
엄마가 아파야 한다면
그건 다 나에게 줘.
내가 아플게..
그러니까 엄마는 절대로 아프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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