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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백아흔두 번째 편지 - 흉터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7. 10.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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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 볼에 조그마한 흉터가 있잖아.

 

너무 작아서 눈에도 보이지 않는 상처,

난 잘 찾지도 못하는 상처를

엄마의 눈에는 무엇보다도 크고 선명하게 보이나 봐.

 

엄마는 그 상처를 보며

연신 미안해하잖아.

 

기억도 안 나는 갓난쟁이 때,

어린 엄마는 귀걸이를 했고,

그것이 찰나의 시간에

뒤에 업혀 있던 내 볼을 찔러버렸지.

 

엄마는 두고두고 미안해하잖아.

이미 지난 일을.

정작 난 전혀 생각나지 않는 일을.

어디에 났는지 육안으로도 잘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그 상처를.

엄마는 두고두고 미안해하잖아.

 

그 후 내가 클 때까지 엄마는 귀걸이를 하지 않았다고 했지?

혹여나 또 같은 일이 일어날까 봐.

혹여나 또 나에게 상처를 줄까 봐.

 

엄마.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내가 엄마에게 준 상처는 무수히 많은데.

엄마는 오직 그 하나의 상처에 미안해해..

 

그래서 마음이 아파.

그 작은 상처를 크게 바라보는 엄마의 아픈 마음이 어떨는지

감히 알 수 없어서..

내가 준 그 많은 상처는 전혀 별일이 아닌 듯 당신의 상처에는 둔감한 엄마의 마음이 어떨는지

감히 알 수 없어서..

 

엄마.

난 항상 엄마 덕분에 행복하고, 즐겁고, 기뻐.

엄마가 나에게 준 상처는 없어.

그러니까 그 어떤 것도 나에게 미안해하지 마.

전혀 미안해하지 마.

난 오로지 엄마 덕분에 살아.

 

엄마를 만난 건 내 일생 최고의 행운이자 기적. 다음 생에는 꼭 내가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해.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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