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볼에 조그마한 흉터가 있잖아.
너무 작아서 눈에도 보이지 않는 상처,
난 잘 찾지도 못하는 상처를
엄마의 눈에는 무엇보다도 크고 선명하게 보이나 봐.
엄마는 그 상처를 보며
연신 미안해하잖아.
기억도 안 나는 갓난쟁이 때,
어린 엄마는 귀걸이를 했고,
그것이 찰나의 시간에
뒤에 업혀 있던 내 볼을 찔러버렸지.
엄마는 두고두고 미안해하잖아.
이미 지난 일을.
정작 난 전혀 생각나지 않는 일을.
어디에 났는지 육안으로도 잘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그 상처를.
엄마는 두고두고 미안해하잖아.
그 후 내가 클 때까지 엄마는 귀걸이를 하지 않았다고 했지?
혹여나 또 같은 일이 일어날까 봐.
혹여나 또 나에게 상처를 줄까 봐.
엄마.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내가 엄마에게 준 상처는 무수히 많은데.
엄마는 오직 그 하나의 상처에 미안해해..
그래서 마음이 아파.
그 작은 상처를 크게 바라보는 엄마의 아픈 마음이 어떨는지
감히 알 수 없어서..
내가 준 그 많은 상처는 전혀 별일이 아닌 듯 당신의 상처에는 둔감한 엄마의 마음이 어떨는지
감히 알 수 없어서..
엄마.
난 항상 엄마 덕분에 행복하고, 즐겁고, 기뻐.
엄마가 나에게 준 상처는 없어.
그러니까 그 어떤 것도 나에게 미안해하지 마.
전혀 미안해하지 마.
난 오로지 엄마 덕분에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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