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몇 살이었을까.
유치원생도 아니었을 거야.
4살 정도였을까?
어릴 때 엄마와 엄마 친구가 만났는데
엄마는 나를, 엄마 친구는 아들을 데리고 왔잖아.
각자의 자식들을 데리고 와서
짧은 만남을 가지고는
집으로 가는 길이었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랑 엄마 친구랑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어.
나랑 걔랑은 둘이 손 잡고 있었나? 아무튼 엄마랑 엄마 친구 앞에 서 있었어.
낮이었고, 시내라서 사람이 참 많았어.
때마침 버스가 왔고,
엄마랑 엄마 친구는 해당 버스가 아닌 건지,
아니면 헤어짐을 아쉬움인지
버스정류장에 서서 계속 이야기를 했잖아.
그런데 엄마 친구 아들이 버스를 뒤뚱뒤뚱 올라가는 거야.
나는 멍하니 바라봤어.
말이 없는 난 그냥 바라봤지.
뒤를 보니 엄마가 있었어.
그래서 난 그냥 안 타고 봤어.
말린다라는 개념도 없었던 거 같아.
다만 엄마가 안 타니 나도 안 탄다는 개념만 있었어.
그러다가 문이 닫히려는 찰나였고,
나만 혼자 있으니 깜짝 놀란 엄마와 엄마 친구는 걘 어디 있냐고 물었어.
그래서 내가 손으로 버스를 가리키고 버스는 문이 닫히고 출발.
바로 다음 버스가 뒤에 있어서 엄마 친구는 혼비백산해서 그 버스를 탔어.
엄마랑 엄마 친구는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헤어졌어.
아주 긴 시간 같지만 정말 찰나의 시간이었어.
이후 걱정스레 집에서 기다리는 엄마에게 엄마 친구는 전화가 왔어.
버스 기사님께 사정을 말하고 빵빵해서 다음 정류장에서 멈추었고,
그 아이를 무사히 데리고 왔다고 했어.
앞에 탄 사람이 자기 엄마라고 생각하고 따라갔다고 했어.
엄마는 내가 마음대로 가지 않은 것에 대해서 칭찬을 해 주고,
다음에 친구가 어디 가려고 하면 엄마를 부르라고 했어.
그리고 놀랐지? 하며 안아주었어.
그날 찍은 사진이 기억이 나.
엄마의 독사진과 엄마랑 엄마 친구, 나와 그 애가 손잡고 함께 찍은 사진이.
그 애는 이제 엄마의 손을 놓지 않겠지?
미안했다, 나도 그때는 어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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