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보통 사람들이 둘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꼭 빠지지 않는 게
어른이 되니 '고길동'을 이해하겠다..잖아.
객식구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
가장이 느끼는 경제적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으니까.
경제 활동을 하다 보니 그게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알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어린 눈에는 그저 둘리와 그 친구들을 괴롭히는
괴팍한 아저씨일 뿐이잖아.
그래서 제일 인기 없는 캐릭터는 '고길동'일 거야.
하지만 엄마, 난 말이야.
제일 싫은 캐릭터가 '박희동'이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희동'으로 알고 있는데 '고길동'의 처조카라네 ㅎ)
언제 적 에피소드인지 모르겠어.
둘리와 친구들과 아이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공룡시대로 가게 된 에피소드였어.
공룡시대로 가서
둘리는 드디어 엄마를 만나게 된 거야.
현대에 와서도 항상 그리워한 엄마를 드디어 만나게 되었어.
둘리가 울면서 엄마에게 안기고
엄마는 인자하게 둘리를 안아 줘.
그런데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되었던 거 같아.
둘리의 친구들과 아이들은 현대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둘리는 울면서 여기에 남는다고 했어.
타임머신을 타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어.
그래서 다른 친구들은 둘리를 두고 떠나려고 했던 거 같아.
그런데 희동이가 둘리의 옷자락인지 뭔지를 잡아서
결국 둘리도 현대로 돌아가게 돼.
내가 슬픈 건 이후야.
둘리 엄마는 그 넓은 허허벌판에서
둘리를 불러.
계속 둘리를 불러.
둘리야..
둘리야..
엄마는 그렇게 둘 리를 계속 불러..
대답 없는 허공을 향해 계속 둘리를 불러..
자신의 소중한 아기인 둘리를 부르고 또 부르며
그 허허벌판을 느릿느릿 헤매..
엄마.
난 만약에 빙하기로 접어들어
그다음 날 죽는다고 해도
그곳에 남을 거 같아.
세상이 사라진다고 해도
그곳에 남을 거 같아.
그곳에서 함께 엄마랑 있을 거야.
그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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