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세상에는 참 다양한 괴물들이 있는 거 같아.
그뿐이겠어? 귀신도 참 다양해.
얼굴에 나사 끼운 프랑캔슈타인, 자체 털옷 늑대인간, 잠수 천재 한강 괴물 등등..
처녀귀신, 몽달귀신, 원정 나온 홍콩 할매 귀신, 벽 타기 고수 사다코 등등..
선크림 꼼꼼히 바른 드라큘라, 종아리 튼튼 강시, 갈수록 꼬질이가 되는 처키 그리고 좀비..
난 말이야. 그런 부류 중에 제일 무서운 게 좀비인 거 같아.
최근에 조정석 배우의 『좀비딸』을 봤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장르라 『부산행』도 안 봤는데(워낙 쇼츠로 접해서 본 기분이지만)
어쩌다가 보니 『좀비딸』 을 보게 되었네.
짜 놓은 것 마냥 『부산행』에 이어 『좀비딸』 도 아빠와 딸이지만
아류작이란 말을 피하기 위한 장치가 있었던 거 같아.
인물관계도며 엔딩이며 우린 다르다!라고 외치는 듯한 그런 점이 보였어.
음.. 잠깐 경로이탈한 이야기 노선을 우회해서
다시 말하지만 역시 난 좀비는 싫어.
가장 무서워. 가장 서글퍼.
대상이 무서운 게 아니라 상황이 참 무섭고도 서글퍼.
사랑하는 존재가 하루아침에 바뀌어.
외형은 같은데 속이 그렇게 달라진다는데 그 상황이 안 무서울 수가 있을까.
도망칠 수 있을까. 버릴 수가 있을까.
겉은 그대로인데 기억은 날아갔다고 해서,
내면이 다르다고 해서 온전히 포기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이가 좀비가 된다면 기꺼이 내 몸을 줄 거야. 그냥 같아져 버리지 뭐.
하지만 내가 좀비가 된다면 사랑하는 이에게 기꺼이 날 죽이라고 하겠지.

난 말이야, 엄마.
좀비를 보면 치매 환자가 생각나.
치매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서 명확하게 말할 순 없지만
기억을 서서히 잃어가는 치매는 참 슬픈 병이라 생각해.
겉은 그대로인데 기억은 한없이 서글프게, 무심하게 날아가.
기억이 날아갔다고 해서,
내면이 다르다고 해서 온전히 포기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모습 그대로인데 사랑하고 행복하고 함께 쌓아 온 기억이
누군가에겐 생생하게 누군가에겐 점점 깊은 내면에 잠식해 버려.
그래서 난 좀비가 참 무서워.
서글퍼서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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