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아흔여덟 번째 편지 - 우산 -
엄마.그제와 어제 비가 왔어. 가을비는 쌀쌀한 하루를 더 쌀쌀하게 만들어서괜히 서글퍼지는 거 같아.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이제 갓 물들기 시작한 단풍도하릴없이 빗물과 함께 바닥에 떨어져서 저희들끼리도 추운지 뭉쳐서 땅에 바싹 붙어 있어. 그렇지만, 이런 비지만,비단 싫은 것만은 아니야. 어릴 때부터엄마랑 나랑 비 오는 날 어디 나가면우산은 꼭 하나잖아. 내가 어릴 때는 엄마의 한쪽 어깨가 젖었고내가 큰 후에는 내 한쪽 어깨가 젖었어. 어릴 때 나는 엄마의 젖은 어깨를 몰랐었고,어른인 나는 내 쪽으로 우산을 미는 엄마의 손길을 알게 되었어. 하지만 더 이상 엄마의 어깨가 젖지 않기를 바라고,이제는 내가 엄마의 우산이고 싶기를 바라... 그렇게 비 오는 날 우산 속에서 상념에 빠져.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2024. 10. 23. 2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