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제와 어제 비가 왔어.
가을비는 쌀쌀한 하루를 더 쌀쌀하게 만들어서
괜히 서글퍼지는 거 같아.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이제 갓 물들기 시작한 단풍도
하릴없이 빗물과 함께 바닥에 떨어져서
저희들끼리도 추운지 뭉쳐서 땅에 바싹 붙어 있어.
그렇지만,
이런 비지만,
비단 싫은 것만은 아니야.
어릴 때부터
엄마랑 나랑 비 오는 날 어디 나가면
우산은 꼭 하나잖아.
내가 어릴 때는 엄마의 한쪽 어깨가 젖었고
내가 큰 후에는 내 한쪽 어깨가 젖었어.
어릴 때 나는 엄마의 젖은 어깨를 몰랐었고,
어른인 나는 내 쪽으로 우산을 미는 엄마의 손길을 알게 되었어.
하지만 더 이상 엄마의 어깨가 젖지 않기를 바라고,
이제는 내가 엄마의 우산이고 싶기를 바라.
.. 그렇게 비 오는 날 우산 속에서 상념에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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