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보행기를 타던 그 시절.
옥상에 날 보행기 태우고
엄마는 빨래를 널고 있었지.
엄마는 보행기에 앉아 있는 나에게
귤 하나를 손에 쥐어 주었다고 했어.
그리고 서둘러 빨래를 널었다고 했잖아.
아무 소리 없길래
조용히 잘 놀고 있다고 생각하고 뒤돌아 보았는데
엄마는 무척 놀랐다고 했어.
내가 귤을 쥐고는 완전 경련을 하듯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고 했잖아.
무척 놀란 엄마는
왜 그러나 걱정을 했는데
원인을 알아차렸다고 했어.
바로 귤!
난 그날 처음으로 신 음식을 먹었고
신맛에 견디지 못한 거였잖아 ㅎ
엄마는 이후에 말했어.
어찌 그리 아빠를 닮았어?
아빠도 신 음식을 못 먹잖아 ㅎㅎ
아빠랑 나는 귤을 먹어도 포도를 먹어도 자두를 먹어도
완전히 진저리를 치면서 먹잖아 ㅎㅎ
신 음식을 좋아하는 엄마는
왜 이 맛있는 걸 못 먹냐며 냠냠 ㅎㅎㅎ
암튼 엄마는
이 이야기를 종종 하잖아.
미안한 마음 반,
아빠랑 닮은 게 신기한 마음 반.
여전히 난 신맛을 견디기 힘들어하며 못 먹어.
엄마 입맛을 닮았으면 맛있게 먹을 텐데 말이야, 그렇지?
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아흔여덟 번째 편지 - 우산 - (25) | 2024.10.23 |
---|---|
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아흔일곱 번째 편지 - 귤2 - (24) | 2024.10.22 |
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아흔다섯 번째 편지 - 감자전 - (25) | 2024.10.20 |
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아흔네 번째 편지 - 반달눈 - (23) | 2024.10.19 |
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아흔세 번째 편지 - 나눔과 배품 - (27) | 2024.10.18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