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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아흔여섯 번째 편지 - 귤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10. 2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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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보행기를 타던 그 시절.

옥상에 날 보행기 태우고 

엄마는 빨래를 널고 있었지.

 

엄마는 보행기에 앉아 있는 나에게

귤 하나를 손에 쥐어 주었다고 했어.

그리고 서둘러 빨래를 널었다고 했잖아.

 

아무 소리 없길래

조용히 잘 놀고 있다고 생각하고 뒤돌아 보았는데

엄마는 무척 놀랐다고 했어.

 

내가 귤을 쥐고는 완전 경련을 하듯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고 했잖아.

 

무척 놀란 엄마는 

왜 그러나 걱정을 했는데

원인을 알아차렸다고 했어.

 

바로 귤!

 

난 그날 처음으로 신 음식을 먹었고

신맛에 견디지 못한 거였잖아 ㅎ

 

사진만 봐도 침샘 자극. (출처: 픽사베이)

 

엄마는 이후에 말했어.

 

어찌 그리 아빠를 닮았어?

 

아빠도 신 음식을 못 먹잖아 ㅎㅎ

아빠랑 나는 귤을 먹어도 포도를 먹어도 자두를 먹어도

완전히 진저리를 치면서 먹잖아 ㅎㅎ

신 음식을 좋아하는 엄마는 

왜 이 맛있는 걸 못 먹냐며 냠냠 ㅎㅎㅎ

 

암튼 엄마는 

이 이야기를 종종 하잖아.

 

미안한 마음 반, 

아빠랑 닮은 게 신기한 마음 반.

 

여전히 난 신맛을 견디기 힘들어하며 못 먹어.

엄마 입맛을 닮았으면 맛있게 먹을 텐데 말이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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