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부치는 일흔두 번째 편지 - 설거지 -
엄마. 엄마는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나에게 절대 집안일을 시키지 않잖아. 이유는 어차피 크면 다 한다. 그러니까 엄마가 해 줄게. 가끔 하려고 해도 말리고 억지로 하게 되어도 미안해하고.. 엄마. 그런데 말이야. 이 모든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엄마에게 죄송하면서도 이 모든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내가 존재하기도 해. 집에서 내가 집안일을 한 건 정말 손꼽혀. 하물며 엄마가 요리할 때 옆에라도 서 있을 걸. 하물며 엄마가 청소할 때 뒤에라도 따라다닐 걸. 엄마의 일이라며 당연하게 생각하는 엄마에게 한없이 죄송하면서도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엄마의 생각에 순종하는 내가 참 뻔뻔해. 정말 평생이다, 엄마. 엄마. 엄마. 받기만 해서 미안해. 받기만 해서 정말 미안해. 해 드린 게 없어서 부족한 딸이라..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2024. 3. 12. 2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