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는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나에게 절대 집안일을 시키지 않잖아.
이유는 어차피 크면 다 한다.
그러니까 엄마가 해 줄게.
가끔 하려고 해도
말리고
억지로 하게 되어도
미안해하고..
엄마.
그런데 말이야.
이 모든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엄마에게 죄송하면서도
이 모든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내가 존재하기도 해.
집에서 내가 집안일을 한 건 정말 손꼽혀.
하물며 엄마가 요리할 때 옆에라도 서 있을 걸.
하물며 엄마가 청소할 때 뒤에라도 따라다닐 걸.
엄마의 일이라며 당연하게 생각하는 엄마에게 한없이 죄송하면서도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엄마의 생각에 순종하는 내가 참 뻔뻔해.
정말 평생이다, 엄마.
엄마.
엄마.
받기만 해서 미안해.
받기만 해서 정말 미안해.
해 드린 게 없어서
부족한 딸이라서
면목이 없어.
송구스러워.
엄마.
미안해.
정말 미안해..
엄마에게 부치는 일흔네 번째 편지 - 공항 그리고 이사 - (0) | 2024.03.14 |
---|---|
엄마에게 부치는 일흔세 번째 편지 - 찹쌀도넛 - (2) | 2024.03.13 |
엄마에게 부치는 일흔한 번째 편지 - 돌솥비빔밥 - (4) | 2024.03.11 |
엄마에게 부치는 일흔 번째 편지 - 엄마의 신발 - (0) | 2024.03.10 |
엄마에게 부치는 예순아홉 번째 편지 - 손과 손톱 - (0) | 2024.03.09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