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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일흔두 번째 편지 - 설거지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3. 1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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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는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나에게 절대 집안일을 시키지 않잖아.

 

이유는 어차피 크면 다 한다.

그러니까 엄마가 해 줄게.

 

가끔 하려고 해도

말리고

억지로 하게 되어도

미안해하고..

 

이랬더라면.. (출처: 픽사베이)

 

엄마.

그런데 말이야.

이 모든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엄마에게 죄송하면서도

이 모든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내가 존재하기도 해.

 

집에서 내가 집안일을 한 건 정말 손꼽혀.

하물며 엄마가 요리할 때 옆에라도 서 있을 걸.

하물며 엄마가 청소할 때 뒤에라도 따라다닐 걸.

 

엄마의 일이라며 당연하게 생각하는 엄마에게 한없이 죄송하면서도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엄마의 생각에 순종하는 내가 참 뻔뻔해.

 

가벼운 요리라도 엄마를 위해 대접했더라면.. (출처: 픽사베이)

 

정말 평생이다, 엄마.

엄마.

엄마.

받기만 해서 미안해.

받기만 해서 정말 미안해.

해 드린 게 없어서 

부족한 딸이라서

면목이 없어.

송구스러워.

 

엄마.

미안해.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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