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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예순아홉 번째 편지 - 손과 손톱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3. 9.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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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렸을 때 엄마의 손을 보며

공주님 손이라고 생각했어.

하얗고 가늘게 쭉 뻗은 긴 손가락이 참으로 고와 보였거든.

그리고 손톱은 동그랗게 곡선을 그리며 항상 매끄러웠어.

어린 나이에도 참으로 예쁘다고 생각했어.

 

꽃 같은 엄마의 손. (출처: 픽사베이)

 

그런데 말이야, 엄마..

한 해 한 해 엄마의 손은

나를 위한, 가족을 위한 희생으로

점점 거칠어져 갔어.

 

하얗고 가늘게 쭉 뻗은 긴 손가락은 

끊임없는 집안일로 점점 굵어져 갔어.

동그랗게 곡선을 그린 매끈하고 예쁜 손톱은

기름기가 빠져서 끝이 갈라져 갔어.

 

어느새

엄마의 손과 손톱을 보면서

어릴 때처럼 곱고 예쁘다는 감정이 아닌

미안하고 또 미안한 감정을 일으키게 되었어.

 

문득문득 볼 때마다

왈칵왈칵 눈물이 쏟아져.

그래서 나도 모르게 훔쳐보게 돼.

그리고 쏟아지는 눈물에 시선을 피하게 돼.

 

소중한 엄마의 손을 꼭 잡아.. (출처: 픽사베이)

 

놓고 싶지 않은 소중한 엄마의 손을 꼭 쥐어.

아무리 해도 모자란 감사한 마음에 엄마의 손을 꼭 쥐어.

그럼 꼭 쥔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죄스러움이 커다란 해일처럼 밀려와.

 

언젠가 내가 엄마의 손을 보고 미안하다고 하니

엄마는 이제야 엄마 손 같지? 라며 웃어 보였지?

엄마에게는 자랑스러운 훈장인데 

난 미안하게 봐서 미안해..

하지만 난 계속 미안하게 보아 질 거 같아..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한..

 

젊음을, 꽃같이 화사한 젊음을, 새싹처럼 파릇파릇한 젊음을

아낌없이 남김없이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에게

난 어떤 딸일까..?

난 그럴 가치가 있는 딸일까..?

 

엄마의 대답은 너무 잘 알아.

나의 엄마라면 어떤 대답을 할지 너무나도 잘 알아.

 

하지만 말이야..

딸로서 난 엄마에게 너무 미안해.

 

날 위해 희생하는 엄마의 손은

항상 날 아리게 해.

 

엄마..

엄마의 손을 꼭 쥐고 싶어.

엄마의 손에 뽀뽀하고 싶어.

 

절대 놓지 않을 손.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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