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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일흔 번째 편지 - 엄마의 신발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3. 1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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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는 나보다 발이 작아.

내가 키가 더 크니까 당연한 건가?

보통 235~240mm를 신지.

 

좁은 발, 길쭉한 엄지발가락.

평발에다가 칼발이기도 한 엄마의 발.

 

지금도 멋쟁이지만

젊은 시절에 구두를 많이 신었는지

엄지발가락 아래 뼈가 살짝 튀어나오기도 했어.

손가락이 길쭉길쭉해서 그런지

발가락도 길쭉길쭉해.

발톱도 폭이 넓지 않고 길쭉해.

검지 발가락도 엄지발가락처럼 길어.

중지 발가락도, 약지 발가락도 길어.

새끼발가락도 말할 필요가 없지.

 

폭이 좁은 엄마의 발을 내가 손으로 둘러도 들어갈 정도야.

 

그러나 엄마의 발목은 엄마의 발에 비해서는 굵지.

엄마의 발목은 튼튼해.

손목도 튼튼해.

엄마는 뼈가 튼튼하다고 했어.

그게 좋은 거라 했어.

엄마가 하는 말이니까 맞아.

그게 맞아.

 

난 엄마의 발목을 생각하면 요런 오동통한 발목이 생각나. 사랑스러운 엄마의 발목♡ (출처: 픽사베이)

 

엄마는 여름에는 조리를 신어.

그러나 절대 질질 끄는 소리를 내지 않잖아.

그리고 운동화는 항상 하얀색.

항상 정갈하고 깨끗해.

겨울에는 부츠를 신어. 

특히 많이 신는 건 패딩 부츠.

 

엄마의 신발은 아무리 오래되어도 

오래되어 보이지가 않아.

항상 조심해서 깨끗하게 신어서

항상 질질 끌지 않고 정갈하게 신어서

엊그제 산 거 마냥 새 거 같아.

그건 비단 신발뿐만 아니지.

엄마의 모든 건 새 거 같아.

무엇이든 정갈하게 소중하게 관리하거든.

 

단조로우면서도 아는 사람만 아는 화려함. (출처: 픽사베이)

 

평발이라서 그럴까?

어느 순간부터 엄마는 구두를 잘 신지 않았어.

대부분 운동화야.

편한 신발.

고무신도 있잖아ㅋㅋ

그런데 웃긴 게 엄마가 고무신을 신자 

우리 아파트 대부분의 아줌마들이 고무신을 사서 따라 신었잖아ㅋㅋ

패셔니스타 우리 엄마~!

 

편안함과 자유로움이 느껴져. (출처: 픽사베이)

 

가끔은 인터넷에서 운동화를 주문해 달라고 할 때도 있어서

내가 이것저것 찾아서 보내잖아.

그럼 엄마는 꼼꼼하게 보고 사.

결코 허투루 돈을 쓰지 않아.

그냥 다 사도 되는데..

다 사 줄 수 있는데..

아무튼 엄마는 캐주얼한 신발을 좋아해.

 

그런데 신발장에 고운 구두가 한 켤레 들어있더라.

엄마는 언제 준비했을까?

엄마는 언제 신으려고 준비했을까?

 

그 신발을 보며 생각했어..

미안해..

 

엄마..

미안해..

내가 너무 늦어서..

엄마가 신지 못해서..

신을 기회를 드리지 못해서..

빨리 신겨 드리지 못해서..

그래서 너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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