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렸을 때 엄마의 손을 보며
공주님 손이라고 생각했어.
하얗고 가늘게 쭉 뻗은 긴 손가락이 참으로 고와 보였거든.
그리고 손톱은 동그랗게 곡선을 그리며 항상 매끄러웠어.
어린 나이에도 참으로 예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말이야, 엄마..
한 해 한 해 엄마의 손은
나를 위한, 가족을 위한 희생으로
점점 거칠어져 갔어.
하얗고 가늘게 쭉 뻗은 긴 손가락은
끊임없는 집안일로 점점 굵어져 갔어.
동그랗게 곡선을 그린 매끈하고 예쁜 손톱은
기름기가 빠져서 끝이 갈라져 갔어.
어느새
엄마의 손과 손톱을 보면서
어릴 때처럼 곱고 예쁘다는 감정이 아닌
미안하고 또 미안한 감정을 일으키게 되었어.
문득문득 볼 때마다
왈칵왈칵 눈물이 쏟아져.
그래서 나도 모르게 훔쳐보게 돼.
그리고 쏟아지는 눈물에 시선을 피하게 돼.
놓고 싶지 않은 소중한 엄마의 손을 꼭 쥐어.
아무리 해도 모자란 감사한 마음에 엄마의 손을 꼭 쥐어.
그럼 꼭 쥔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죄스러움이 커다란 해일처럼 밀려와.
언젠가 내가 엄마의 손을 보고 미안하다고 하니
엄마는 이제야 엄마 손 같지? 라며 웃어 보였지?
엄마에게는 자랑스러운 훈장인데
난 미안하게 봐서 미안해..
하지만 난 계속 미안하게 보아 질 거 같아..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한..
젊음을, 꽃같이 화사한 젊음을, 새싹처럼 파릇파릇한 젊음을
아낌없이 남김없이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에게
난 어떤 딸일까..?
난 그럴 가치가 있는 딸일까..?
엄마의 대답은 너무 잘 알아.
나의 엄마라면 어떤 대답을 할지 너무나도 잘 알아.
하지만 말이야..
딸로서 난 엄마에게 너무 미안해.
날 위해 희생하는 엄마의 손은
항상 날 아리게 해.
엄마..
엄마의 손을 꼭 쥐고 싶어.
엄마의 손에 뽀뽀하고 싶어.
엄마에게 부치는 일흔한 번째 편지 - 돌솥비빔밥 - (4) | 2024.03.11 |
---|---|
엄마에게 부치는 일흔 번째 편지 - 엄마의 신발 - (0) | 2024.03.10 |
엄마에게 부치는 예순여덟 번째 편지 - 치킨 - (0) | 2024.03.08 |
엄마에게 부치는 예순일곱 번째 편지 - 깨끗한 신발 - (2) | 2024.03.07 |
엄마에게 부치는 예순여섯 번째 편지 - 탯줄 - (0) | 2024.03.06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