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난 항상 엄마 아빠 옆에 있으려고 했어.
그런데 어쩌다가 보니 멀리 떨어져 있게 되었네.
친구들도 가장 놀랬어.
가장 고향을 떠나지 않을 것 같던 내가
가장 먼저, 가장 멀리 고향을 떠났으니까.
엄마는
내가 고향으로 오는, 우리 집으로 오는 길이
편하길, 가깝길, 힘들지 않길 원했어.
그래서 엄마는 공항 근처로 이사를 왔잖아.
그 덕분에 나는 공항에서 내려서 걸어서 우리 집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와 아빠는 뭐가 불안한 걸까?
항상 항상 항상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내가 오면 꼭 공항까지 마중을 와.
그리고 돌아갈 때면 꼭 공항까지 배웅을 나가.
뭐가 그리 긴 여정이라고
뭐가 그리 힘든 여정이라고
엄마와 아빠는 귀찮아하지 않고, 미루지 않고
항상 언제나
날 위해 공항에까지 함께 있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날 위해 이사하고
그리고 항상 마중을 오고 배웅을 나가고 할까?
당연하지 않아.
당연한 건 없어.
감사해.
항상 언제나 감사해.
날 위해 익숙한 동네까지 떠나고
날 위해 엄마와 아빠의 일정을 취소하고
날 위해 생활의 순위가 바뀌고
날 위해 엄마와 아빠의 존재마저 나보다 뒷 순위가 되고
날 위해 엄마와 아빠의 인생을 희생하고
당연하지 않아.
당연한 건 없어.
감사해.
항상 언제나 감사해.
사랑해.
너무너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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