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는 라디오 듣는 걸 좋아하잖아.
설거지를 하거나 방청소를 할 때 라디오를 켜.
라디오를 들으며 집안일을 해.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일 하나!
엄마가 라디오에 사연을 보냈잖아.
그런데 그게 덜컥 되었잖아ㅎㅎ
잊지 않아.
엄마가 자주 듣던 라디오 채널.
산들의 별이 빛나는 밤에.
거기에 사연을 보내고 채택이 되고.
그래서 엄마의 휴대전화 뒷번호 네 자리가 들리고.
그 방송을 나는 사실 못 들었잖아.
난 라디오를 듣지 않는 걸..
하지만 엄마가 엄마의 사연이 채택되었다는 말에
내가 어찌어찌 찾았잖아?ㅎㅎ
엄마.
누군가를 통해 엄마의 이야기가 들리는 게 참 신기하더라.
누군가를 통해 엄마의 이야기를 듣는 건 참 좋아.
나에게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도 엄마가 특별한 존재로 느껴져서일까?
나 말고도 엄마가 기억되는 건 참으로 기쁜 일이야.
그리고 엄마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상냥하고 정이 넘치는 분이니까.
아무튼 라디오 이야기를 엄마에게 하다가 보니
엄마가 왜 라디오 듣는 걸 좋아하나 했더니
집안일을 하면서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TV를 보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금 보면 다 무언가를 일하고 있을 때 들었네..
그랬네..
엄마의 청각을 채워주는 건 라디오였구나..
나도 엄마의 청각을 참 많이 채워준다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는 틈이 있고
그 틈을 채워주는 건 라디오였구나..
아무쪼록 엄마가 라디오를 듣는 시간이 행복하고 즐겁기를 바라..
적적함에 듣는 게 아니라 들어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기를 바라..
엄마..
그리고 내 목소리를 계속 들어줘.
엄마를 계속 부르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내 목소리를 계속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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