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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일흔다섯 번째 편지 - 라디오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3. 15.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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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는 라디오 듣는 걸 좋아하잖아.

설거지를 하거나 방청소를 할 때 라디오를 켜.

라디오를 들으며 집안일을 해.

 

집안일과 라디오. (출처: 픽사베이)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일 하나!

 

엄마가 라디오에 사연을 보냈잖아.

그런데 그게 덜컥 되었잖아ㅎㅎ

 

잊지 않아.

엄마가 자주 듣던 라디오 채널.

산들의 별이 빛나는 밤에.

거기에 사연을 보내고 채택이 되고.

그래서 엄마의 휴대전화 뒷번호 네 자리가 들리고.

 

그 방송을 나는 사실 못 들었잖아.

난 라디오를 듣지 않는 걸..

하지만 엄마가 엄마의 사연이 채택되었다는 말에

내가 어찌어찌 찾았잖아?ㅎㅎ

 

라디오 방송을 듣는 시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출처: 픽사베이)

 

엄마.

누군가를 통해 엄마의 이야기가 들리는 게 참 신기하더라.

누군가를 통해 엄마의 이야기를 듣는 건 참 좋아.

나에게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도 엄마가 특별한 존재로 느껴져서일까?

나 말고도 엄마가 기억되는 건 참으로 기쁜 일이야.

그리고 엄마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상냥하고 정이 넘치는 분이니까.

 

아무튼 라디오 이야기를 엄마에게 하다가 보니

엄마가 왜 라디오 듣는 걸 좋아하나 했더니

집안일을 하면서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TV를 보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금 보면 다 무언가를 일하고 있을 때 들었네..

그랬네..

엄마의 청각을 채워주는 건 라디오였구나..

나도 엄마의 청각을 참 많이 채워준다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는 틈이 있고

그 틈을 채워주는 건 라디오였구나..

 

아무쪼록 엄마가 라디오를 듣는 시간이 행복하고 즐겁기를 바라..

적적함에 듣는 게 아니라 들어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기를 바라..

 

엄마에게 라디오 방송이 청량함을 주는 시간이기를. (출처: 픽사베이)

 

엄마..

그리고 내 목소리를 계속 들어줘.

엄마를 계속 부르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내 목소리를 계속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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