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부치는 스물한 번째 편지 - 안경 -
엄마. 참 오래 안경을 썼다, 나.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두운 교실과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한 안경에 빠져서 괜히 보이는 데도 안경을 썼고 그 때문에 결국 눈이 나빠져서 지금까지 안경을 쓰고 있잖아. 내 얼굴에 안경이 없는 건 이상할 정도야. 동그란 안경은 나의 신체 일부가 되어 버렸어. 근데 말이야. 예전에는 머리가 팽팽 돌도록 선명하게 보이는 세상이 좋았거든? 그래서 도수를 좀 높게 맞춘 거 같아. 그런데 나이를 한 두 살 먹을수록 흐릿한 게 좋아. 세상 그렇게 선명하게 봐서 뭐 하겠냐는 생각이 들어. 차라리 조금은 흐린 눈으로 보는 게 편하달까? 눈에 부담이 없어. 내 마음이 보는 세상도 그런 거겠지. 그냥 선명한 것보다 적당히 뿌옇게 보이는 게 편해. 뭐 대강 보겠다는 의미지 ㅎㅎㅎ 아무튼 엄마는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2024. 1. 21. 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