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부치는 예순아홉 번째 편지 - 손과 손톱 -
엄마. 어렸을 때 엄마의 손을 보며 공주님 손이라고 생각했어. 하얗고 가늘게 쭉 뻗은 긴 손가락이 참으로 고와 보였거든. 그리고 손톱은 동그랗게 곡선을 그리며 항상 매끄러웠어. 어린 나이에도 참으로 예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말이야, 엄마.. 한 해 한 해 엄마의 손은 나를 위한, 가족을 위한 희생으로 점점 거칠어져 갔어. 하얗고 가늘게 쭉 뻗은 긴 손가락은 끊임없는 집안일로 점점 굵어져 갔어. 동그랗게 곡선을 그린 매끈하고 예쁜 손톱은 기름기가 빠져서 끝이 갈라져 갔어. 어느새 엄마의 손과 손톱을 보면서 어릴 때처럼 곱고 예쁘다는 감정이 아닌 미안하고 또 미안한 감정을 일으키게 되었어. 문득문득 볼 때마다 왈칵왈칵 눈물이 쏟아져. 그래서 나도 모르게 훔쳐보게 돼. 그리고 쏟아지는 눈물에 시선을 피하게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2024. 3. 9. 2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