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부치는 삼백서른다섯 번째 편지 - 눈사람 그리고 사진기와 사진 -
엄마.이번 겨울 첫눈을 보며 불현듯 옛 기억이 떠올랐어.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었을 거야.유치원? 아니면 그보다 더 어릴 때? 엄마가 쌓인 눈을 그러모아다가 조그마한 눈사람을 만들어줬잖아.그리고 그걸 내 방 창틀에다가 올려줬어.아침이었을까? 아님 낮잠이었을까?자다가 눈을 뜨고 처음으로 본 눈사람. 엄마의 손끝은 빨갛게 얼고,엄마의 코 끝도 빨갛게 얼고,엄마의 두 뺨도 빨갛게 얼었지만날 보며 미소 짓는 엄마의 표정은 화사했어. 날 향해 두 손에 올려진 눈사람을 보여주는 엄마.그 미소가 너무 환해서 태양 같았어. 그리고 아빠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잖아. 엄마, 사진은 말이야. 날 그 시간으로 쉽게 돌려놓아.그날의 나로, 그날의 하루로 돌려놓아. 어쩔 수 없지.사진기가 흐르는 시간을 붙잡아 사진에 넣..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2024. 11. 29. 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