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린 시절에 난 참 입이 짧았잖아.
못 먹는 것도 많고 안 먹는 것도 많고.
그래서 엄마가 참 애를 많이 먹었을 것 같아.
엄마 속도 모르고 난 참 안 먹었지.
특히나 채소 쪽은 어린이답게 안 먹었어.
그랬던 내가 양파에 눈을 뜬 계기가 있어.
어릴 적에 우리는 참 여행을 많이 갔어.
엄마랑 아빠가 바쁜 와중에도 날 데리고 이곳저곳 많이 여행을 다니셨지~.
사람들은 어릴 때 기억도 안 나는데 뭘 굳이..라는 식으로 말하잖아.
난 그게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거라 생각해.
어릴 때 일, 성인이 되면 당연히 생각 안 나지.
하지만 그 시절의 난 어제의 일을 기억했을 거야.
그 기억, 그 감정, 그 추억이 어린 시절의 난 '어제'의 일을 생생히 기억했을 거야.
그런 기억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내가 된 거 아닐까?
그리고 그런 나를 만들어 준 건 당연히 엄마 아빠라고 생각해.
아무튼!
그때도 계곡에 놀러를 갔었어.
지인 친척집 근처에 좋은 곳이 있다고 해서 놀러 간 기억이 나.
그곳은 요리가 되는 계곡이라고 고기 챙겨가고 했잖아.
고기도 굽고 했는데
엄마가 양파를 팡팡팡 썰어서 거기에 라면 스프를 조금 척척 뿌리고 볶았는데
나에게는 완전 신세계였어!
그래서 고기보다 그 양파 반찬을 더 먹었지~
너~~~무 맛있었던 걸 기억해.
처음으로 양파가 맛있다고 느꼈던 순간이야.
엄마는 원체 매운 걸 못 먹는 내가 그렇게 양파를 계속 먹으니
속 아플 수도 있다고 걱정했잖아.
참 맛있었어~
그러다가 갑자기 비가 엄청 쏟아져서
결국 지인 친척집에 갔잖아.
그런데 그 집이 또 황토집이었어.
황토집을 경험한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어.
엄마 아빠랑 한 방에 누워 있는데
온돌방의 따뜻함이란~
은은히 나는 황토 냄새에 엄마는 엄마의 어릴 적 이야기를 해줬어.
엄마의 목소리와 분위기와 그 향에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들어버린 기억이 나.
행복한 추억이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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