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몇 해 전 여름날에 바다에 갔잖아.
푸르른 나무가 시원하게 하늘을 향해 뻗어 있고
잘 다듬어진 산책로를 엄마랑 아빠랑 나랑 걸었지.
그리고 출렁 다리도 건넜잖아.
흔들흔들거리는 다리 아래 시원한 푸른색의 바다가 출렁거렸잖아.
엄마 손을 잡고 바닷바람을 느끼며 걸었잖아.
앞서 간 아빠는 다리 끝에서 연신 엄마랑 나를 찍었고.
카메라를 향해 우리는 웃었어.
그날의
밝은 빛과 바람과 바다의 냄새가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져.
마치 어제 일인 것마냥..
사진 속에 나는 참 밝게 웃고 있어.
행복하게 웃고 있어.
세상의 슬픔이란 고통이란 어둠이란 모르는 것처럼..
그때의 미소가 그리워.
나의 미소가 그리운 게 아니라
그 순간이 그리워.
내가 웃을 수 있는 그 상황이 그리워.
최근에 그 장소에 갔어.
그날처럼 밝은 낮이 아닌 어두운 밤에
흐릿한 가로등이 최소한의 그 불빛에 어둠에 익숙해지라고 하는 것 같았어.
차가운 바닷바람이 몸을 때리듯 불어오고
어두운 바다는 마치 이 안의 세계는 빛 한점 들어오지 않고
아무 소리가 없는 정막이 흐르는 곳이라고
모든 것에서 벗어나서 쉴 수 있는 곳이라고 유혹하는 것 같았어.
저 멀리 등대가 빛을 비추더라.
흔들리지 말라고
길을 잃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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