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기억나?
예전에 우리 집에서 만두 만들어서 먹었잖아.
내가 유치원 때인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인가? 어릴 때였지.
그러니까 엄마도 젊은 시절인 어느 날,
엄마가 만두를 빚어보자고 했잖아.
거의 대부분 엄마가 다 해주었지만,
한창 엄마가 나에게 엄마가 하는 일의 일부분을 부여하면
그걸 완료했을 때 솟구치는 고양감과 터질듯한 성취감에 뿌듯해하던 시절이라
엄마가 만두를 빚자는 말에 설렘과 기대가 가득했어 ㅎ
만두피를 산 게 아니라 만두피마저도 엄마가 직접 만들었었어, 그때!
엄마가 밀가루에 물을 넣고 조물조물해서 거의 완성된 반죽을
나에게 주면 난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또 조물조물거렸어.
그리고 덩어리를 툭툭 떼어서 동그랗게 만든 후에 밀대로 밀어 넓적하게 만두피를 만들었잖아.
툭툭.
동글동글.
쭉쭉.
만두피 사이사이에 가루를 뿌리며 들러붙지 않게 해 주고~
엄마는 내 얼굴에 묻은 가루를 후후 불어주고~
그다음에 만두소를 만든다고 엄마가 두부 으깨도록 볼에다가 두부와 주걱을 주어서
난 또 열심히 꾸욱꾸욱 눌러서 으깨었어.
그동안 엄마는 고기도 볶고 야채도 썰고 볶고 하며 만두소를 준비했잖아.
그리고 그걸 잘 섞어서 엄마랑 나랑 와~하며 만두소를 준비했다며 웃었어.
엄마는 숟가락을 두 개 꺼내어 하나는 나에게 주며 만두 빚는 걸 보여줬어.
손바닥 위에 아까 만든 만두피를 올려두고
숟가락으로 만두소를 적당히 덜어 올린 후 만두피가 서로 닿아
마치 반달이 되도록 꼬집꼬집.
치마 주름을 잡듯이 꼬집꼬집.
할 수 있겠냐며 엄마가 물어서 난 비장하게 끄덕이며 엄마를 따라 만두를 만들었어.
꼬집꼬집.
그렇게 만든 만두는 우리 집 저녁 식탁 위에 올라왔잖아.
아주아주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나.
아빠에게 엄마랑 나랑 만들었다며 이야기한 것도 생각이 나.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한 것도 생각이 나.
아주 즐거웠어, 그렇지 엄마^^?
근데 그 이후 엄마는 더 이상 만두를 만들지 않았어 ㅋㅋㅋ
일이 너무 많았다, 그치? ㅋㅋㅋ
치워야 할 것도 너무 많았을 거 같아 ㅎㅎㅎ
한 번이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즐거운 추억이야.
이후 마트에 가서 만두피를 보며 세상 좋아졌다고 내가 말했잖아 ㅎㅎ
어쩜 그때도 있었을지 모를 만두피지만 말이야 ㅎㅎ
그래도 이후에 만두를 보면 가끔씩 이야기하잖아.
우리 만두 만들어 먹었었는데~하면서
엄마랑 나랑 서로 찰싹 달라붙어 이야기하잖아.
어쩜 지금보다는 어린 나이의 엄마도
뭔가를 완료했을 때 솟구치는 고양감과 터질듯한 성취감에 뿌듯해하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우리 엄마도 그랬던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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