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높다란 하늘, 펄렁이는 만국기, 막대에 매달린 청색과 홍색의 박 등등.
코끝이 찡하게 추운 요즘 왜 난 어릴 적 운동회가 생각난 걸까? ㅎㅎ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가 생각나.
그때는 초등학생도 참 많았는데 말이야, 엄마.
전 학년에 운동장에 다 모여도 운동장이 참 크게 느껴졌어ㅎㅎ
여기저기 시합을 울리는 총소리.
박을 터뜨리기 위해 공중에 던져지는 모래주머니.
응차응차 잡아당겨지는 밧줄.
몸집보다 훨씬 큰 공 굴리기.
아이들의 응원소리.
엄마 아빠의 카메라 플래시 터뜨리는 소리.
운동장 모래가 뿌옇게 지면 위에 나부끼며
선선한 가을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흰색 체육복을 입고 이마에 청팀 홍팀을 가리는 끈을 매고
붉어진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도
지친 기색 없이 그렇게 뛰어놀던 그 시절.
그 시절이 떠올라.
엄마.
엄마는 운동회 중에 어떤 경기가 가장 떠올라?
뭐가 가장 재미있어?
난 말이야, 엄마.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게
미션 달리기야.
운동회의 꽃 미션 달리기..
장애물을 넘고
매달린 과자를 먹고
쪽지의 미션을 확인하고.
내가 가장 자신 있어질 수 있는 조건, 미션은..
'엄마를 찾아 엄마와 함께 달리세요.'
엄마.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더라도
너무나 쉽게 엄마를 찾을 수 있어.
무수히 많은 사람이 있더라도
아주 쉽게 당연하게 엄마를 찾을 수 있어.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어떤 모습이든지
엄마를 찾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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