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는 종종 놀라거나 할 때 이 이야기를 하잖아.
식겁은 겁도 아니다.
상황적으로 엄마가 식겁보다 더 무서운 일이 있다는 의미로 하는 말 같았어. 맞나? ㅎㅎ
엄마는 이야기를 해, 식겁은 겁도 아니라고.
엄마.
난 어릴 때부터 생선 눈을 무서워했잖아.
크기 상관없이 그냥 머리가 달려 있는 생선이 참 무서웠고,
그 생선의 눈이 참 무서웠어.
그래서 멸치도 못 먹고 말이야 ㅎㅎ
그런 나에게 생선을 먹일 거라고 엄마 아빠가 그 작은 멸치 머리도 다 떼서 반찬으로 만들어 주고,
가끔 생선 구이나 해물탕 식당에 가면 바로 머리를 먼저 제거해 주고 하잖아.
온전히 몸 전체를 가지고 있는 모습이 하나의 요리 재료가 아니라 생명이 있던 것이 죽었다는 기분이 들어서 무서웠어.
비단 생선뿐만 아니라 물고기의 눈도 참 무서워했잖아.
무표정한 얼굴에 꿈뻑이지도 않고 빤히 바라보는 눈이 참 무서웠어.
무슨 생각을 할 수 없는 그 표정과 눈이 참 무서웠어.
막연히 생각했어, 아쿠아리움에 가면 기절할 수도 있겠다고.
그런데 엄마..
세상에서 정말 무서운 게 무엇인지 경험을 하고 나니까
내가 지금까지 무섭다고 생각해 오던 것이 무서운 게 아니더라.
그러한 상황을 경험하고 나니까
지금까지 무섭다고 생각해 오던 것이 전혀 무섭지 않더라.
엄마.
식겁은 겁도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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