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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삼백여든여섯 번째 편지 - 잘했어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5. 1. 1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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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던 거 같아.

 

하늘 높은 가을날,

아직은 여름의 습한 기운이 가시지 않은 그런 날.

그런 날 중의 하루였던 거 같아.

 

모래가 깔린 운동장에

하얀색 체육복을 입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전 학생이

운동회로 운동장에 모여 있었어.

 

저학년인 난,

우리 반 줄에 앉아서 

나의 달리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어.

 

뜨거운 열기와 긴장에 내 뺨도 붉게 상기된 거 같았어.

 

드디어 내 차례!

 

허공에서 울리는 소리에 힘껏 달리기 시작했어.

그런데 중간 즈음 갔나?

다른 반 친구가 넘어졌어.

 

난 넘어진 친구를 보고는

뒤돌아와서 세워 주고는 같이 달렸어.

다른 친구들이 휙휙 지나갔어.

결국 꼴등.

 

결승에 들어오니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은

"왜 그대로 달리지 않았어? 그대로 달렸으면 우리 반이 1등이었는데."

하며 아쉬워했어. 

 

난 이 행동이 착한 일이라는 생각도 없이 했던 행동이었어.

그냥 친구가 넘어졌고 그래서 아플 테니까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을 했어.

 

그런데 내가 매일 만나고 나에게 지식을 알려주는 선생님이란 존재가 나의 행동을 부정했어.

화가 난다, 불만이다라는 생각도 없었고

오직 그런 존재가 부정을 하기에 난 나의 행동이 나쁜 행동이라 생각을 했어.

 

아.. 

내가 잘못된 행동을 했구나.

그럴 땐 그냥 나 혼자 달리면 되는구나..

 

난 반성을 했던 거 같아.

조금은 의기소침했을지도 몰라.

그렇게 터벅터벅 걸어서 점심을 먹기 위해 학부모석으로 갔는데,

엄마가 나를 보자마자 꽃 같이 웃으며 말했어.

 

잘했어! 아주 잘했어!

 

그래서 난 알았어.

내가 한 행동이 잘한 행동이라는 걸.

엄마 덕분에 알게 되었어.

 

그리고 그 후로 나는 누구의 말도 신경 쓰기 않기 시작했어.

나의 행동에 대해 나의 생각에 대해 어떠한 말을 하든 신경 쓰지 않았어.

오직 엄마의 말만 믿기 시작했어. 

오직 엄마의 말만 들었어.

 

고마워, 엄마.

내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줘서.

날 헤매지 않게 잡아줘서.

바른 길로 인도해 줘서.

 

그리고 나의 행동에 나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게 해 줘서 

정말 고마워.

 

나의 행동에 나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게 해 줘서 정말 고마워. (AI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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