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난 언제부터 미루는 버릇이 생겼을까?
예전에는 무슨 일이든지 미리미리 했었는데,
하물며 초등학교 때 방학하자마자 방학 숙제를 3~4일 만에 해버리고는
나머지 방학 기간을 한껏 놀았는데.
어느새 나는 일을 미루고 미루어.
에잇! 다음에 하면 되지!
하면서 맘 편하게 잊고 지내는 게 아니라
머릿속 한 귀퉁이에 그 생각을 계속하면서도 안 해.
불편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안 해.
그럴 바에는 차라리 해 버리고 끝내면 되는데 그러지 않아.
해야 할 일들은 차곡차곡 쌓여서
위태위태하게 흔들리는 탑처럼 나에게 쏟아질 것 같은데
그 아래에서 어설프게 두 팔을 벌리며 어정쩡하게 서 있는 내가 있어.
예전에는 바로바로 했는데.
엄마도 내가 하지는 않고 불안해하니까 나에게 그런 말을 하잖아.
미루는 사유는 사실 다 핑계.
그저 나태함과 무기력함이 빚어낸 결과야.
응, 맞아. 그게 정답이야.
오늘 2월에 해야 할 일들을 다이어리에 적으며,
솔직히 숨 막히는 기분이 들었지만,
결국엔 내가 해야 할 일이지.
엄마는 참 대단해.
엄마 일뿐만 아니라 아빠 일, 나의 일 그리고 우리 집안일, 가정일까지
우리 집과 관련된 낯선 일까지 모두.
다 맡아서 척척 처리하다니.
힘든 내색, 어려운 내색, 지친 내색 없이
그렇게 혼자서 다 해내다니.
크고 나니 알겠더라.
엄마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해왔는지, 하는지, 할 수 있는지.
정말 대단해.
그리고..
힘들었겠다..
정말 많이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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