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릴 때는 더디게 가던 시간이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그 시간에 가속이 붙어 빨라지는 기분이야.
어? 어? 어? 하다가
1년이 2년, 5년, 10년, 15년, 20년,..
마치 책을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기는 게 아니라
휙휙 넘기듯이 시간을 재끼는 기분이야.
인생이라는 차가 점점 가속이 붙는 기분이야, 엄마.
분명 처음에는 아주 느린 차였거든, 엄마.
그래서 그 차를 타고 가며 바깥 경치를 창밖으로 찬찬히 바라보았어.
그런데 어느새 조금씩 그 차의 속도가 점점 빨라졌어.
창밖 너머의 풍경이 빨리 지나간다 싶었거든, 엄마.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점점 가속이 붙어서는
창밖 너머의 풍경이 이젠 잔상만 남을 정도로 휙휙 지나치는 기분이야.
가속이 붙을 대로 붙은 이 차는 어떻게 멈추게 될까?
안전하게 설 수도, 어디에 부딪쳐 멈출 수도, 엔진이 다 해 고장 날 수도 있겠지.
어떻게 멈출지는 온전히 내 인생을 운전하는 나의 몫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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