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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오백마흔여섯 번째 편지 - 새 선풍기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5. 7. 31.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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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젯밤 집에 와서 선풍기를 켰는데 말이야.

난데없이 선풍기 회전판이 반대로 돌더니 시원해지지 않았어.

강풍은 제대로 돌아가서 몇 분 틀었는데 탄내가 나길래 부리나케 껐어.

계속 켜 놓다가는 불나겠다 싶더라고.

 

그러다가 선풍기를 봤어.

자취하면서 엄마가 사준 선풍기.

자취하고부터니까 얼마나 오래된 거야?! 와우..

 

시절감이 물씬 느껴지는 영롱한 옥색과

묵직한 존재감을 숨기지 않는 몸체의

신일 선풍기.

신일 선풍기라는 것도 어제 고장 나고 알았네. 

얼마나 오래 썼는데 고장이 나서야 눈을 마주치는 기분이 들었어, 엄마. 

 

수고많았다, 나의 선풍기야.

 

고친다는 건 생각도 못하고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오늘 또 일하러 갔지.

인터넷에서 후보는 뽑았으니 고르기만 하면 되는데

(마음은 기존과 동일하게 신일이를 짬뽕했어 ㅎ)

집에 가서 마트에 들러 선풍기 가격을 보자 싶었어.

 

그곳에서의 운명적인 만남!

가격의 공격은 오히려 할인이라는 이름으로 내 장벽을 낮추었어.

신줏단지처럼 안고 집에 도착해서 바로 상자 열었어.

그리고 집에서의 처절할 만큼 힘겨운 조립..!

반말을 섞여가며 이야기하는 마트 직원 아주머니..!

쉽다면서요오~

더운 오늘 더 덥게 만들어주었어.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듯한 흰색에

소스라치게 가벼운 무게감.

새로운 친구 퓨랜더가 생겼어.

 

아무쪼록 네 선배처럼 

너도 오래 내 곁에 머물러주렴.

  

장난감 같이 가벼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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