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주 어렸을 때였어.
아마 3살? 그 정도이지 않을까? 아님 더 어렸나?
말도 잘하지 못하는 나이였어.
엄마 아빠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나보다 한 살 나이 많은 그 집 애랑 밖에 나갔다가
그 집 애는 날 길에다가 내버리고 자기 집으로 갔고
결국 낯선 곳에 있던 난
미아가 되어 버렸어.
울고 있었나?
아무튼 아주 어린아이가 혼자 길에서 울고 있으니까
어떤 아주머니가 자신의 집으로 날 데리고 갔어.
아직도 기억나.
녹색 철문의 주택에 나를 보려고 여러 명의 어른이 나왔어.
남녀 어른 여러 명이 날 신기한 듯 내려다보고 있었어.
아직도 기억나.
그 사람들의 얼굴이.
그리고 다들 어른이었다는 거.
아이가 없었다는 거.
아무튼 난 그 낯선 상황에 두려웠던 거 같아.
어른들이 많았지만
내가 찾는 유일한 어른인, 우리 엄마는 없었거든.
그래서 들어가지 않고 울었던 거 같아.
그리고 기억나.
저 멀리서 언덕 같은 곳이었나?
엄마가 저 멀리서 날 알아보고 두 팔을 벌리고 달려오던 모습이.
날 향해 울먹거리며 안심과 걱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달려오던 모습이.
날 말없이 끌어안아 주었어.
날 절대로 놓지 않을 것처럼 꼭 끌어안아 주었어.
엄마.
난 그때의 엄마 표정을 잊을 수가 없어.
그 표정은 어른이 되어서도 잊을 수가 없어.
그 복잡한 표정의 엄마를 본 건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아주 어린 나이지만
알았어.
엄마와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지.
엄마의 표정이 어떻게 되는지.
나의 공포가 어떤 것인지.
그래서 난 엄마랑 헤어지지 않을 거야.
그건 엄마를 그때의 표정으로 만드는 것이고
나 역시 지옥으로 만드는 거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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