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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서른아홉 번째 편지 - 미아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2. 8.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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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주 어렸을 때였어.

아마 3살? 그 정도이지 않을까? 아님 더 어렸나?

말도 잘하지 못하는 나이였어.

 

엄마 아빠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나보다 한 살 나이 많은 그 집 애랑 밖에 나갔다가

그 집 애는 날 길에다가 내버리고 자기 집으로 갔고

결국 낯선 곳에 있던 난 

미아가 되어 버렸어.

 

지금의 나도 미아. (출처: 픽사베이)

 

울고 있었나?

아무튼 아주 어린아이가 혼자 길에서 울고 있으니까

어떤 아주머니가 자신의 집으로 날 데리고 갔어.

아직도 기억나.

녹색 철문의 주택에 나를 보려고 여러 명의 어른이 나왔어.

남녀 어른 여러 명이 날 신기한 듯 내려다보고 있었어.

아직도 기억나.

그 사람들의 얼굴이.

그리고 다들 어른이었다는 거.

아이가 없었다는 거.

아무튼 난 그 낯선 상황에 두려웠던 거 같아.

어른들이 많았지만 

내가 찾는 유일한 어른인, 우리 엄마는 없었거든.

그래서 들어가지 않고 울었던 거 같아.

 

그리고 기억나.

저 멀리서 언덕 같은 곳이었나?

엄마가 저 멀리서 날 알아보고 두 팔을 벌리고 달려오던 모습이.

날 향해 울먹거리며 안심과 걱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달려오던 모습이.

날 말없이 끌어안아 주었어.

날 절대로 놓지 않을 것처럼 꼭 끌어안아 주었어.

 

안심, 안심, 안심. (출처: 픽사베이)

 

엄마.

난 그때의 엄마 표정을 잊을 수가 없어.

그 표정은 어른이 되어서도 잊을 수가 없어.

그 복잡한 표정의 엄마를 본 건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아주 어린 나이지만

알았어.

엄마와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지.

엄마의 표정이 어떻게 되는지.

나의 공포가 어떤 것인지.

 

그래서 난 엄마랑 헤어지지 않을 거야.

그건 엄마를 그때의 표정으로 만드는 것이고

나 역시 지옥으로 만드는 거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놓을 수 없어, 놓으면 안 돼.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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