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갈수록, 그 영역 안에 들어갈수록 이미 선택한 자는 좋든 싫든 더 자세히 알게 될 수밖에 없는 이치.
한 걸음 떨어져 볼 때의 마냥 좋음은 가까이 다가가 발을 내딛는 순간 싫은 것을 더 많이 알게 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영역 안으로 들어오기까지의 힘듦과 수고로웠던 과거를 현재의 고통과 머리를 쥐어뜯으며 환산한 끝에 결국 투덜거리며 불만을 내뱉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그것을 도려낼 수도 없는 그런 대상. 그게 바로 직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들의 삶은 네온사인의 빛처럼 오색찬란하게 반짝이고 쌀포대가 한껏 쌓여 있는 양반집 곳간마냥 풍족해 보이는데 본인의 삶은 참으로 제 역할을 다한 전등처럼 깜빡이고 빈곤하고 궁핍해 사연 없이 들을 수 없다고 여기는 게 인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어떤 직업이 수월할까요?
그 어떤 직업이 마냥 행복할까요?
처음 이 책을 보게 된 것은 글 소개 때문이었습니다.
"투신자살, 목맴사, 고독사..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 남기고 간 과제
수백 명의 변사자를 마주하며 아로새긴 '있었는데 사라진 존재들'에 대하여"
이 글귀가 저를 책으로 손을 뻗게 했습니다. 궁금하게 했습니다.
직업적으로 어쩔 수없이 사라진 존재들이 일상이 될 수밖에 없으며 그런 사라진 존재들을 통해 작가만이 할 수 있는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 '그러니까 살아야 한다', '나는 위로하고 삶을 응원한다' 등의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랬습니다. 전 이 책을 통해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의 예상은 보기 좋게 엇나갔네요.
이 책을 통해 경찰의 일의 고됨을 알게 되고, 경찰의 근무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게 되고, 점점 초심이 사라지며 직업에 지쳐가는 한 명의 직장인의 고뇌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다라 다급한 자기 위로와 시민을 향한 응원.
누군가의 진솔한 일기장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감성에 허우적거리지 않고 진술서를 쓰듯 사실을 기반으로 한 담백한 이야기. 물론 점점 뒤로 갈수록 처음 느꼈던 느낌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제가 예상한 것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요.
이 글이 그 책 내용에 대해 좋다, 나쁘다의 평가를 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생각, 누군가의 삶을 제가 무어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누구나 사회인으로서의 삶은 힘들다고 그러니 당신의 힘듦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나도 힘드니 당신도 참아라? 사람은 누구나 힘들다?.. 이런 말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위로도 아닌, 응원도 아닌.
다만 작가님이 마지막에 시민을 향해 응원하듯 저 역시 작가님을 향해 응원하고 싶습니다. 당신 덕분에 이 세상을 안심하고 살아간다고. 든든하게 살아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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