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항상 행복하고 기쁘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지요.
슬픔과 아픔, 상실과 허망, 불안과 공포, 집착과 미련 등등 다양한 감정에 휘감겨 살아갑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이들은
특히나 더욱더 삶이 무의미해지고 인생에 있어서 무기력해지고 마네요.
이수연 님의 『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는 이러한 이들을 위로하는 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두고 떠나버린 이들의 절절한 마지막 메시지.
그러나 떠나버린 이보다는 떠나버린 이를 그리워하는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라고 할까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후 생존자가 되어 버린 살아남은 이들의 아픔과 상실과 괴로움을 위로하는, 애도하는
그리고 그들의 살아남는 이야기라 볼 수 있습니다.
자살한 남편의 괴로움을 알아차리지 못한 죄책감에 휩싸인 부인,
가스라이팅을 목적으로 자살 협박을 하는 남자 친구가 정말 죽어버려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여자 친구,
중학생 어린 딸의 자살과 그 나이가 되어 버린 둘째 딸을 키우며 죄책감과 불안감 사이에 놓인 엄마,
부부 사이가 좋은 부모님인데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자살과 아버지의 비밀스러운 태도에 혼란스러운 아들,
항상 밝은 듯 굴지만 마음의 우울이 있는, 홀로 세상에 남아버린 아들이자 센터 직원인 상우,
타인의 죄책감과 슬픔을 위로하지만 정작 자신의 슬픔과 분노를 해소하지 못하는 소설의 주인공이자 센터장인 지안.
모두 우울을 느끼고 자살을 하고, 그 곁의 살아남은 이는 죄책감을 느끼고 우울을 느낍니다.
그런 이들이 건강한 애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심리부검센터의 지안, 상우, 지훈의 이야기입니다.
작가 역시도 우울증을 앓고 있기에 우울을 느끼는 사람들의 감정을 잘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우울을 떨쳐내고 걸음을 멈추지 않고 살아남은 모습을 엔딩으로 하지요.
그런데 실은 말이에요.
우울감은 참 잘 표현했는데, 그 감정은 잘 표현했는데, 마치 자신의 마음을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표현했는데 말이죠,
그 우울감을 이겨내는 것은 참으로도 쉽게 표현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암울한 감정은 몇 페이지인데 해결은 몇 줄로 뚝딱이랄까요?
물론 소설이니까 과정이 간략화되고 엔딩은 해피해야겠지요.
하지만 그 어두운 감정들이, 그 죽을 것 같은 감정들이,
하나의 상황으로 또 몇 마디의 말로 그렇게 쉽게 바뀔 수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쉽게 벗어날 수 있는지 다시 빛을 볼 수 있는 건지 말입니다.
한 걸음 내딛는 것이 힘들다는 걸 압니다.
죽기 위한 한 걸음도, 살기 위한 한 걸음도.
그런데 그 한 걸음의 계기가 너무 쉽게, 그 쉽게 일어나는 계기는 또 아주 쉽게 죄책감에서 해방되게 하는 상황이
그렇게 감정들이 물꼬를 트며 쭉쭉, 쭉쭉 해결되는 게 괜스레 속상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감정에 그렇게 쉽게 없어지는 감정에 이렇게 힘들어하는 거냐며, 말입니다.
책은 전반적으로 재미있습니다.
우울증에는 공감이 갔지만 해결점에서는 동감이 가지 않네요.
증상은 같아도 원인은 다르니 그런 걸까요.
안타깝지만 저에게는 공감은 되나 위로는 되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전화번호를 누르고 싶어 집니다.
아주아주 간절한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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