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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백네 번째 편지 - 김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4. 1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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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는 김을 좋아하잖아.

짭조름한 김을 박스째 주문해서,

특히 겨울에 냠냠 먹잖아.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김. (출처: 픽사베이)

 

딸내미 배고플까 봐

김에다가 밥을 싸서 방에 가져다주기도 하잖아, 우리 엄마는.

 

그리고 내가 주먹밥을 좋아하니까

봉지 입구 뜯어서 어느 정도 밥을 넣고

봉지째 밥이랑 김이랑 조물딱 조물딱 해서

주먹밥을 만들어 주기도 하잖아.

 

큰 김들이 부스러지면서 

아주 맛있게 밥이랑 섞여.

그럼 엄마는 그걸 하나씩 꺼내서 

접시에 담아 나에게 주잖아.

 

그리고 내가 먹으라고 내 입에 쏙 넣어 줘.

엄마는 웃으면서 내 입에 쏙 넣어 줘.

엄마 입은 항상 비었는데

내 입은 항상 차 있어.

 

내 입만 아는 이기적인 자식. (출처: 픽사베이)

 

하나씩 내 입에 넣어주는 엄마는 어미 새.

입을 쩍쩍 벌리며 받아먹는 나는 아기 새.

 

왜 난 어른이 되어서도 입을 벌리고만 있을까..

왜 엄마에게 넣어주지 못할까..

 

입마 입은 항상 비었는데

내 입은 항상 차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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