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는 김을 좋아하잖아.
짭조름한 김을 박스째 주문해서,
특히 겨울에 냠냠 먹잖아.
딸내미 배고플까 봐
김에다가 밥을 싸서 방에 가져다주기도 하잖아, 우리 엄마는.
그리고 내가 주먹밥을 좋아하니까
봉지 입구 뜯어서 어느 정도 밥을 넣고
봉지째 밥이랑 김이랑 조물딱 조물딱 해서
주먹밥을 만들어 주기도 하잖아.
큰 김들이 부스러지면서
아주 맛있게 밥이랑 섞여.
그럼 엄마는 그걸 하나씩 꺼내서
접시에 담아 나에게 주잖아.
그리고 내가 먹으라고 내 입에 쏙 넣어 줘.
엄마는 웃으면서 내 입에 쏙 넣어 줘.
엄마 입은 항상 비었는데
내 입은 항상 차 있어.
하나씩 내 입에 넣어주는 엄마는 어미 새.
입을 쩍쩍 벌리며 받아먹는 나는 아기 새.
왜 난 어른이 되어서도 입을 벌리고만 있을까..
왜 엄마에게 넣어주지 못할까..
입마 입은 항상 비었는데
내 입은 항상 차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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