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는 날이 더워지면
방바닥에 아무것도 안 깔고 눕잖아.
그럼 난 이야기를 해.
뭐라도 깔고 누워.
엄마는 말해.
잠깐 누워 있는 거야.
난 말해.
잠깐 누워도 바닥에 뭘 깔아야지.
엄만 다시 이야기해.
시원해서 그러는 거야. 잠깐만 누워있다가 일어날 거야.
엄마는 그렇게 방바닥에 등을 대고 살포시 잠을 자.
돌소파에 돌침대까지 더 시원한 것이 있는데도
꼭 그렇게 바닥에 자.
그럼 난 엄마에게 베개를 가져다줘.
엄마는 그럼 베개를 베고 자.
그렇게 낮잠을 자.
오늘 집에 와서 너무 힘들고 너무 지쳐서
그리고 덥기도 해서
침대가 바로 옆에 있는데 그 아래 방바닥에 누웠어.
시원하더라.
엄마가 그래서 이렇게 자나 싶었어.
그리고 침대에서 낮잠을 자면,
너무 편하게 자면 계속 잘까 봐, 못 일어나고 계속 잘까 봐
그래서 조금은 불편하게 잔다고 할까?
엄마도 그런 게 아닌가 싶었어.
잠은 편하게 자야 하는데
그렇게 자지 못하는 거.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스스로에게 편안함은 추구하지 못하는 거.
엄마는 그래서 방바닥에서 낮잠을 자는 걸까?
엄마.
엄마.
엄마.
이불 깔아 줄 걸.
내가 이불을 깔아 줄 걸..
나란 딸은 항상 늦어.
항상..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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