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는 반찬으로 오이지를 한가득 만들어서 쟁여두잖아.
이유는 오직 하나!
아빠가 좋아하니까.
그리고 여름날에는 오이 냉채를 거의 매일 해.
이유는 오직 하나!
아빠가 좋아하니까.
또 오이에 양념장으로 버무린 오이 무침을 자주 해.
이유는 오직 하나!
내가 좋아하니까.
하지만 가족을 위해 이렇게 많은 오이 반찬을 만드는 엄마지만,
실은 정작 엄마는 오이를 좋아하지 않잖아.
그래서 아주 어렸을 때 오이향 비누가 인기를 끌던 시절이 있었는데
엄마는 절대 그걸 사지 않았잖아ㅎㅎ
엄마는 오이 냄새를 좋아하지 않아.
엄마가 해 주는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어봐도
엄마가 오이 냄새를 안 좋아하는 건 너무 잘 알고 있어.
어린 시절 동네 오이밭에서 바람결에 날려오는 오이 냄새에
어지럽고 메스껍고 머리가 아프다고 했었잖아.
실은 냄새를 맡으면 두통이 나게 마련이야.
그런데 그걸 매번 맡으려니 얼마나 힘들었겠어.
그래서 아주 어렸던 엄마는
오이에다가 꼬챙이로 다 찔렀다고 했지.
그 마을 양반에 부자인 할아버지가 결국 사과하고 다 보상하고 말이야.
애기씨가 오이를 싫어하니 얼마나 오이 농사하던 주민이 힘들었을까.. 아하.. 하..
싫은 냄새를 견디다 견디다 못 참은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하.. 하..
그렇게 힘겨워하던 오이를
결혼을 하고 난 후에
남편을 위해
자식을 위해
그렇게 반찬을 만들어 주시는 엄마.
쉬운 일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
그래서 너무너무 감사해.
진심으로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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