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예전에 살던 집 생각 나?
그곳 옥상에 작은 고추, 파를 키웠잖아.
엄마랑 나는 작게 자란 파를 파송송이라고 부르고,
엄마는 그걸 잘라서 양념에 버무려서 반찬으로 만들어주면
아빠랑 나는 맛있게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잖아.
사실 내가 한 건 없네.
엄마 따라서 옥상에 함께 올라갔다는 정도?
그리고 엄마의 배려로 고추를 따는 것 정도?
물 주고, 영양제 주고, 흙 갈고, 심고 하는 건 모두 엄마가 했네.
엄마 덕분에 아주 신선한 채소를 먹었어.
아주 맛있었어.
지금도 기억이 날 만큼.
오늘 거실에 들어오는 햇빛을 보며
갑자기 여기에서도 식물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쉽지 않은 걸 알기에 바로 시작할 수 없는 거겠지?
엄마랑 아빠랑 나랑 작은 텃밭을 꾸리면 좋겠다.
이제는 나도 어른으로서 내 한몫의 일을 할 수 있는데 말이야..
엄마랑 아빠랑 나랑 이렇게 오손도손 작은 텃밭을 가꾸어서
그것에서 난 채소를 먹으며 건강하게 오래오래..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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