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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백서른일곱 번째 편지 - 우산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5. 1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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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우산 손잡이가 고장 나서 빠져.

그런데 엄마는 그걸 모르고 내 우산을 펴려다가 손잡이가 뽁 빠졌잖아.

그래서 내가 

 

아 내가 할걸.

 

이라고 말을 했었잖아.

그때 엄마는 아무 말도 안 했잖아.

그게 두고두고 맘에 걸려.

 

내 말이 너무 짧았어.

 

아무리 울어도 슬픔이 가지시 않아. (출처: 픽사베이)

 

아, 내가 할걸.

이거 고장 나서 빠지는데 엄마 놀랐지?

내가 했으면 엄마가 손잡이가 빠진 탓에 놀라지 않았을 텐데.

 

그 말을 못 한 게 너무너무 한이 돼.

 

한의 크기란 사람마다 다르잖아.

난 그게 너무 한이 돼.

 

내가 그 뒷말을 하지 않아서

엄마가 그 순간에 느꼈을 무안함, 당혹스러움, 민망함.

그걸 내가 엄마에게 느끼게 했다는 죄책감.

그런 엄마의 감정을 그대로 두었다는 죄책감.

그리고 다시는 전할 수 없다는 한스러움. 한스러움..

수정할 수 없다는 후회.

되돌릴 수 없다는 후회.

정정할 수 없다는 한스러움.

그 짧은 말을 하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미움. 

 

말할 기회가 많았는데 

영월 할 거라는 안이함.

언제든지 전할 수 있을 거라는 어리석음.

 

평생을 울겠지. (출처: 픽사베이)

 

그 말이 내 입 안에 맴돌고 맴돌아

비수가 되어 내 심장을 찔러.

 

엄마의 아무 말도 하지 않던 표정이

흉터처럼 남아서 불에 데인 상처처럼 아파.

 

죄책감에 후회에

지워지지 않아.

 

미안해, 엄마.

미안해, 엄마.

엄마한테 상처 줘서 미안해.

너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지금이라도 이렇게 보내는 편지에

엄마가 읽어주기 바라..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엄마에게 그때 못한 말을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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