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어릴 때 무슨 일이든지 빨리빨리 끝낸다고 이야기했잖아.
방학 숙제도 빨리빨리.
할 일도 빨리빨리.
그런데 말이야.
난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해야 할 일을 미루게 되었을까?
그래서인지 엄마도 가끔 나에게 이야기하잖아.
어릴 때는 무슨 일이든지 미루지 않고 했는데..
라고 말이야.
정말 나 왜 그럴까?
어릴 때는 정말 미루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난 아슬아슬하게 해.
이 정도 시작하면 끝낼 수 있겠거니.. 하면서 미루어.
오늘 내가 통신사에 찾아간 일도
한참을 미루다가 했어.
미리 할 수 있는 일인데
미리 하지 못했어..
얼른할 수 있는 일인데
바로 시작하지 못했어..
그러다가 그러다가
지금까지 왔네..
내 방에 내 집에
내가 처리하지 못한
정리하지 못한
버리지 못한
모든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나를 묻고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난 왜 이것에, 이곳에 묻혀서
숨 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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