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 시장에 가서 양배추 하나랑 오이 5개를 샀어.
검은 봉지에 담아서 주더라고.
그래서 그걸 들고 가는데 어찌나 무거운지..
크게 힘쓸 일 없고 무거운 거 들 일이 없기에
낯선 그 무게가 힘이 들었는지도 몰라.
양손으로 번갈아 들고 오다가 너무 힘들어서 결국 안고 왔잖아.
그런데 엄마.
안고 와도 무겁더라.
뒤뚱뒤뚱 걸어오는데 갑자기 엄마가 날 가졌을 때 만삭일 때도
이렇게 힘들었겠지..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어.
나를 가졌을 때
점점 무거워지는 날, 가느다란 엄마가 날 가지고 지내는 그 기간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엄마가 이야기했던 거 잘 기억하고 있어.
7개월 때까지도 별로 티가 안 났다고.
사진을 보여주며 이게 임신했을 때 사진이고 너무 티가 나지 않아서
사과 두 개 넣고 찍은 거라고.
사진 잘 보면 사과 두 개 덕분에 볼록한 부분이 두 군데잖아 ㅋㅋ
그런데 이후 막달까지
나는 무럭무럭 자랐지 ㅋㅋ
그때부터 엄마는 힘들었겠지?
절대 힘들었다, 무거웠다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지만
그랬을 거야.
당연히 그랬을 거야.
그걸 이제야 생각하는 나도 참...... 철없다.
그렇지, 엄마?
철이 없어.
엄만 절대로 아니다고 말할 분.
하지만 스스론 참 모르는 내가 답답해.
우리 엄마.
많이 힘들었겠네.
우리 엄마.
많이 고생했겠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낳아줘서 정말 정말 고마워.
정말 정말 고생 많았어, 엄마.
너무나도 감사해서 미안해서 우리 엄마 꼬옥 안아주고 싶어.
힘들었겠다고, 고생 많았다고, 감사하다고 꼬옥 안아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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