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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백여든네 번째 편지 - 엄마의 편지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7. 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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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 아파트는 여전히 주기적으로 화재경보가 울려.

도대체 어떻게들 사는지 항상 오작동.

집 안에 어떻게들 연기를 안 빼는 건지,

센서가 너무나 잘 작동을 하는 건지.

초반에는 정말 한 달에도 몇 번씩 울렸는데

이제는 제대로들 사는지 한 달에 한 번.

그러다가도 잊지 말라는 듯 세 달에 한 번.

어제도 울렸어.

이번에도 불은 나지 않았어.

 

짧은 글에서 깊은 사랑을 느껴. (출처: 픽사베이)

 

울리는 게 문제는 아니야.

당연히 울려야지.

그런데 관리실에서 하는 말은 항상

입주민이 제대로 환기를 안 시켜서 그렇다고 말하더라고.

아무튼!

행사처럼 울려.

무덤덤해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어.

불이 난 게 아니면 다행이고,

잘못된 경보더라도 그건 내가 판단할 일이 아니니

일단 나가고 보자고.

그렇게 생각하며 항상 나가.

 

그런데 말이야, 엄마.

불이 나면 난 뭘 들고 가야 할까?

통장?

나의 모든 노고가 들어가 있는 외장하드?

노트북?

비싼 것들?

..

아니..

아니..

우리 가족 사진이 들어 있는 앨범..

그리고 엄마가 써서 준 편지..

액자에 넣어 둔 엄마의 편지..

난 그걸 챙길 거야..

그걸 챙겨서 나갈 거야..

 

흩어지는 게 서글퍼 부여잡고 있어.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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