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 아파트는 여전히 주기적으로 화재경보가 울려.
도대체 어떻게들 사는지 항상 오작동.
집 안에 어떻게들 연기를 안 빼는 건지,
센서가 너무나 잘 작동을 하는 건지.
초반에는 정말 한 달에도 몇 번씩 울렸는데
이제는 제대로들 사는지 한 달에 한 번.
그러다가도 잊지 말라는 듯 세 달에 한 번.
어제도 울렸어.
이번에도 불은 나지 않았어.
울리는 게 문제는 아니야.
당연히 울려야지.
그런데 관리실에서 하는 말은 항상
입주민이 제대로 환기를 안 시켜서 그렇다고 말하더라고.
아무튼!
행사처럼 울려.
무덤덤해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어.
불이 난 게 아니면 다행이고,
잘못된 경보더라도 그건 내가 판단할 일이 아니니
일단 나가고 보자고.
그렇게 생각하며 항상 나가.
그런데 말이야, 엄마.
불이 나면 난 뭘 들고 가야 할까?
통장?
나의 모든 노고가 들어가 있는 외장하드?
노트북?
비싼 것들?
..
아니..
아니..
우리 가족 사진이 들어 있는 앨범..
그리고 엄마가 써서 준 편지..
액자에 넣어 둔 엄마의 편지..
난 그걸 챙길 거야..
그걸 챙겨서 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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