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눈에 난
아기 때 그 모습인가 봐.
이미 엄마 키를 훌쩍 넘어버린 나에게
여전히 엄마는 어린 시절 자신의 이름도 발음하지 못하는,
그 시절의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해.
내가 내 이름을 발음하지 못해서 이렇게 발음했다며
내 흉내를 내며
엄마는 즐거운 듯 행복한 듯
마치 지금 눈앞에서 그 일이 여전히 일어나는 듯
마치 지금 이 순간에 엄마의 귀에 그 목소리가 들리는 듯
그렇게 즐겁게 그렇게 행복하게
엄마는 항상 이야기해.
나를 보며 나를 추억해.
아기 때 평생 효도를 다 한다는 말이 맞나 봐.
아기 때와 다르게 커버린,
귀엽지도 사랑스럽지도 않은 자식을
여전히 세상 유일의 보배 같은 존재로 바라봐 주니까 말이야.
엄마..
부족하고 부족한 자식을 사랑해 줘서 고마워..
부모에게 평생 효도를 다 하는 아기 때 존재 그대로 자랐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엄마의 마음에 조그마한 생채기도 내지 않을 자식이 되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생채기를, 그 상처를 치료해 주는 게 현재의 내가 아닌 과거의 나라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엄마는 어릴 때 내 모습을 떠올리며 상처를 다지고 다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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